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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이코노믹스] 사상 최고치 코스피…삼성전자·하이닉스 빼면 4200대 불과

중앙일보

2026.02.05 07:12 2026.02.0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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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와 경기의 괴리 어떻게 극복할까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세상의 온기가 모든 곳에 골고루 퍼지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곳은 넘치는 풍요를 만끽하는 반면, 어떤 곳은 시린 결핍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이다. 요즘 주식시장과 실물 경제의 관계도 그렇다. 코스피는 5000포인트대에 올라서면서 일대 도약을 일궈내고 있지만, 실물 경제는 정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환호와 거리의 한숨이 공존하는 이 기묘한 풍경은 ‘주가와 경기의 괴리’라는 문제의식을 낳고, 더 나아가 실물 경제의 뒷받침 없는 상승이 지속 가능하냐는 ‘주식시장 거품론’의 서사를 지탱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코스피 5000 돌파에도 온도차 커
코스닥 지수는 최고치 40% 수준

반도체 착시에 내수업 지수 부진
해외 투자로 제조업 공동화 우려

종목 아닌 대표지수 추종 투자로
경쟁력 있는 기업 성과 공유해야

구조적 저성장 국면 들어간 한국
‘경기와 주가’의 괴리에는 공감하지만, ‘주식시장 거품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경기와 주식시장이 주목하는 기업 실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경기에 대해 살펴보자.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보면 경기는 좋지 않다. 지난해 한국의 GDP 성장률은 1%에 턱걸이했다. 본격적인 개발 연대에 진입한 1960년대 이후 5번째로 낮은 성장률이다.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는 2%로 잠재성장률 수준으로의 회복이 예상되지만, 이 역시 장기 흐름에서 보면 예외적으로 낮은 성적표다. 과거의 성장률 쇼크가 ‘2차 오일쇼크’와 ‘IMF 외환위기’, ‘세계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과 같은 일회성 악재에 반응한 결과였다면, 최근의 성장률 둔화는 특별한 외부 충격 없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구조적인 성격이 강한 것으로 봐야 한다.

GDP는 ‘국내총생산’이라는 이름 그대로, 한 국가의 영토 내에서 이뤄지는 경제 활동을 합산한 지표다. 내수 경기를 가늠하는 데 적합한 잣대라는 뜻이기도 하다. 민간소비와 정부지출, 건설 및 설비투자 등 내수와 직결된 항목이 그 뼈대를 이룬다. 2025년 한국 GDP를 구성한 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민간소비로 전체의 48%에 이른다. 정부지출(22%)이 그 뒤를 잇고,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각각 11.2%, 9.5%를 차지한다. 이들 항목은 모두 국내에서 발생하는 경제 활동으로, 한국 GDP의 90% 이상은 내수로 설명할 수 있다.

한국 내수의 미래는 밝지 않다. 경제의 가장 큰 축인 민간소비는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간 가계 부채의 무게에 짓눌려 있다. 빚을 내 마련한 자금이 주택에 묶여있는 상황에서 은행에 원리금을 내다보니 소비를 늘릴 여력이 없다. 후발 개발국으로서 이뤄낸 현대적 인프라는 역설적으로 건설투자의 한계를 명확히 한다. 과거와 같은 대규모 토목 사업을 통한 부양책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최근 한국 GDP 성장률의 급속한 둔화를 가져온 직접적 이유도 건설투자의 부진이다. GDP 계정의 건설투자는 2021~25년 사상 초유의 5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기업의 설비투자가 향하고 있는 방향이다. 대기업의 투자 시계는 여전히 왕성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그 시선은 나라 밖을 향한다. 특히 미국과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는 자본 유출을 넘어 국내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상 최고치와 거리 먼 내수 업종 주가
반면 수출은 내수와 전혀 다르다. 올해 1월 수출은 695억 달러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반도체 착시라고? 맞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전체 수출을 밀어 올리고 있다. 다만 주식시장이 반도체 시황을 크게 반영하고 있을 따름이다. 2월 3일 종가 기준 코스피(5288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상승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투 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는 이보다 1000포인트 이상 낮은 4225포인트에 그치고 있다.

김영옥 기자
찬바람 부는 내수를 생각하면 4200포인트대 주가도 너무 높아 보인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내수 대표 종목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와 거리가 멀다. 코스피 음식료 업종 지수는 2월 3일 기준 4653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음식료 업종 지수의 사상 최고치는 2015년 8월에 기록됐던 6299포인트였다. 10여 년 전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현재 지수 레벨은 사상 최고치의 74%에 불과하다.

유통업종 지수의 역사적 고점은 무려 1990년 1월에 기록했고, 최근 지수는 최고점의 67%에 머물러있다. 섬유의복업종 지수의 역사적 고점은 1994년 11월에 기록했고, 현재 지수는 당시의 20% 수준이다. 건설과 종이목재업종 지수의 역사적 고점은 모두 1995년 1월에 형성됐다. 현재 지수 레벨은 각각 사상 최고치의 19%와 15%에 불과하다.

김영옥 기자
내수를 대표하는 업종 지수는 장기적으로 부진한 내수 경기에 수렴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주식시장은 바보가 아니다. 여기서 ‘주식시장 거품론’이란 서사는 설득력을 잃는다. 내수 경기로 설명하기 힘든 주가 상승이 버블론의 논거일진데, 내수를 대표하는 업종의 장기 성과는 버블은 커녕 은행 예금 이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에서 코스피 상승이 한국 경제의 밝은 미래를 예비하는 사전적 신호라는 해석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 코스피엔 그저 한국을 대표하는, 대체로 수출에 경쟁력이 있는 기업의 실적이 반영돼 있을 따름이다.

실물경제 불균형, 자본시장에 투영
반도체와 자동차를 필두로 한 수출 대기업의 약진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그러나 이들의 건실한 실적이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결정적인 원인은 투자의 지형 변화에 있다. 대기업의 굵직한 투자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세계화의 시대에는 더 좋은 입지를 찾아 해외투자를 늘렸고, 요즘과 같은 탈세계화의 시대에도 자국 땅에 공장을 지으라는 미국의 압박이 드세다.

또한 수출 대기업에 다니는 노동자는 높은 성과급을 통해 소비 여력을 키울 수 있지만, 고용의 85% 이상을 책임지는 중소기업 노동자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이러한 실물 경제의 불균형은 자본시장에서도 극명한 수치로 투영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 중심의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위주의 코스닥 지수는 역대 최고치의 4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내수와 수출의 괴리’, 그리고 ‘부자 기업과 가난한 가계’라는 불균형을 타개할 수 있는 묘책이 있을까. 2014년 박근혜 정권이 발표한 ‘기업소득 환류 세제’는 이런 고민의 산물이었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당기순이익의 일정 비율 이상을 배당과 투자, 임금 인상에 사용하지 않으면 징벌적 과세를 한다는 내용으로, 일부 기업이 가지고 있는 부를 경제 전반으로 환류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보수정부에 어울리지 않는 파격적 정책을 시행했던 셈이다.

기업의 부를 나누는 보다 직접적인 방법은 ‘주주’가 되는 것이다. ‘경기와 주가의 괴리’가 고착화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주식 투자자로 살아가는 게 좋은 선택이 아닌가 싶다. 또한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이 커지고 있기에 기왕이면 수출에 경쟁력이 있는 기업의 주주가 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주식 보유로 기업 부 나눌 수 있어
물론 주식 투자는 리스크를 수반한다. 주가에는 늘 사이클이 있어 약세장이 도래하면 고통스러운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럼에도 주식 시장은 매우 강력한 복원력을 보여줬다.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행위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의 성과로 귀결되지만, 시장의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투자가 크게 낭패를 보는 경우는 드물었다.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무성한 가운데서도 2000년대 들어 코스피가 2년 연속 하락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하는 개별 주식 투자가 아니라 시장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소극적인(passive) 투자를 통해서도 기업이 일궈낸 과실을 나눌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은 원금이 훼손될 수도 있는 위험자산이지만, 신규 자영업의 3년 내 폐업률도 50%에 육박한다. 주식으로 치면 절반 정도의 종목이 3년 이내에 상장 폐지되는 셈인데, 어느 쪽이 더 위험한 선택일까. 물론 투자는 시장의 변덕을 이겨낼 수 있는, 예컨대 3~4년 정도의 어려운 시기를 견뎌낼 수 있는 여윳돈으로 해야 한다는 전제가 뒤따라야 하겠지만 말이다.

스웨덴 사민당의 ‘임노동자 기금’, 영국 보수당의 ‘소유주 사회 정책’, 일본 아베 내각의 ‘거버넌스 개혁’ 등은 주식 보유를 통해 기업의 부를 나누려는 노력이었다. 주주가 되는 것은 글로벌 탑 플레이어가 된 한국 기업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30년차 애널리스트로 살고 있는 필자의 사변적 기대일 따름일까.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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