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어제(5일) 2022년 지방선거 공천 헌금 1억원 수수 혐의 등으로 강선우(전 민주당) 무소속 국회의원과 김경 전 서울시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두 정치인에 대한 영장은 서울경찰청 공공수사대가 이 사건 수사를 개시한 지 38일 만이다. 정치인 연루 사건에 대해 경찰의 수사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사실 이번 사건은 영장 신청까지 이렇게 시간을 오래 끌 사안인지 의문이다. 1억원 공천헌금 비리 의혹은 지난해 12월 29일 언론의 녹취록 폭로 보도로 촉발됐다. 녹취록에는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강선우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 보좌관을 통해 김경 시의원이 건넨 1억원을 받은 정황을 김병기 당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알고도 묵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단순한 진술이 아니라 녹취록 같은 반박하기 쉽지 않은 물증이 나오면 경찰 수사는 급물살을 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집권당 정치인들이 연루된 사건이라 그런지 이 사건은 수사 착수 초기부터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이 적잖았다. 김 전 시의원은 의혹 폭로 이틀 뒤 미국으로 돌연 출국했는데, 출국 사실은 엿새나 지나서야 언론 취재로 드러났다. 그 사이 휴대폰 기록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해도 속수무책이었다. 경찰이 핵심 피의자에 대한 동향파악조차 하지 못했거나, 혹은 일부러 안 한 것 아니냐는 뒷말을 들었다.
경찰의 ‘침대 수사’는 강선우·김경 사례만은 아니다. 이 사건과도 연루돼 있지만, 별도로 2020년 총선 공천 뒷돈 수수 등 13건의 의혹을 받는 김병기 의원에 대해서는 경찰이 아직 단 한 차례도 소환조사하지 않고 있다. 반면에 대통령·총리 등 고위직이 콕 찍어 지시하는 이른바 ‘하명 수사’에는 경찰이 열 일 제치고 달려들어 바로 이튿날로 합동수사본부가 만들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여당이 검찰청을 해체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기로 하면서 경찰 수사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추세다. 그럴수록 경찰은 수사 역량을 보강하고, 공정한 수사로 국민 신뢰를 키우는 방향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지금처럼 사안에 따라 경찰의 대처가 달라지고 중심을 못 잡으면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는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