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일 “내일(6일)까지 누구라도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사퇴와 재신임을 요구한다면 전(全) 당원 투표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이후 당 일각의 사퇴 요구에 “똑같이 직을 걸라”며 맞받아친 것이다.
장 대표는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에 대한 사퇴나 재신임을 요구하는 건 당원들에 대한 도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장 대표는 “누구라도 제 사퇴와 재신임을 요구한다면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뜻을 묻겠다”며 “당원들이 사퇴하라고 하거나 재신임을 못 받으면 대표는 물론이고 의원직도 내려놓겠다”고 했다.
장 대표는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던 친한계와 오세훈 서울시장 등을 겨냥해 “정치생명을 걸고 사퇴를 요구하라”고 압박했다. 장 대표는 “정치는 변명하거나 지적하는 자리가 아닌, 자기 말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단체장이나 의원이 있다면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은 그간 소장파나 혁신파, 개혁파란 이름으로 대표 리더십을 흔들려고 했다. 그래서 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작은 파도와 바람에 휩쓸려 난파되는 배와 같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친한계 의원 16명은 지난달 29일 한 전 대표 제명이 확정되자 “장 대표가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당의 미래를 희생시킨 것”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제명 결정은 대표 개인과 홍위병 세력을 위한 사당화”라며 퇴진을 주장했고,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은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징계 사유가 된 당원게시판 사태에 대해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 대표와 그 가족이 타인의 아이디를 이용해 여론조작을 한 게 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징계 절차에서 어떤 하자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한 전 대표는) 재심을 청구할 기회가 있었지만 응하지 않았다”며 “이 문제는 수사의 단계로 넘어갔기 때문에 수사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장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국면 전환에 나선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강성 보수 중심의 현재의 당원 구조에서 탄핵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반대 진영의 반발을 누르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친장계인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페이스북에 “오세훈 시장님, 시장직 걸고 재신임 투표해볼까요?”라며 “‘에겐남’만 가득한 식물 국회에서 모처럼 남자답고 당당한 정치를 본다”고 썼다.
그럼에도 반발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친한계 신지호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부결됐다고 해서 발의자가 자리를 내놓지는 않는다”며 “공갈, 협박으로 (비판을) 무력화하려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고 했다. 한지아 의원도 “사퇴하지 않기 위한 조건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장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온 오 시장은 이날 국회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재명 정부의 폭주를 견제할 수 있는 지방선거가 다가오는데, 승리로 이끌어야지 직을 걸고 (대표 사퇴나 재신임 주장을) 하라?”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 절연 등) 고민이 담긴 답변을 기대했는데 당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걸라는 건 공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당내 논란이 됐던 6·3 지방선거 경선룰과 관련해 ‘당원 선거인단 투표(당심) 50%, 국민 여론조사(민심) 50%’를 유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