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짐바브웨 화폐 개혁·콩고 은행 설립 개입 의혹
케냐선 성착취 연루 의혹…아프리카 국가 거론 메일 속속 드러나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미국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1953∼2019)이 아프리카 여러 곳에서 국가적 사업에 개업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법무부가 지난달 말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에는 그가 남부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과 접촉해 짐바브웨 화폐 개혁을 시도하려 했으며, 콩고에서는 오일 펀드를 취급할 민영 은행 설립을 추진하려 한 정황이 담겼다고 영국 BBC 방송과 블룸버그통신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엡스타인은 2015년 일본 출신 사업가이자 전 매사추세츠 공대(MIT) 미디어랩 소장인 이토 조이치와 주고받은 서신에서 무가베 당시 대통령 대통령과 접촉해 천문학적 인플레이션으로 폐기된 짐바브웨 화폐를 대신해 새 화폐를 발행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엡스타인은 "무가베와 친구냐"고 묻는 이토에게 아니라면서도 "그의 관심을 쉽게 끌 수 있다. 짐바브웨는 훌륭한 배양지(petrie dish)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미 연방수사국(FBI) 문건에는 엡스타인이 무가베 전 대통령의 자산을 관리했다는 검증되지 않은 증언도 담겼다.
다만 이에 대해 정확성이 떨어지며 정보가 조작됐을 수 있다는 옛 무가베 측근의 말도 있다고 BBC는 전했다.
실제 엡스타인의 짐바브웨 화폐 개혁 구상은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짐바브웨는 무가베 대통령 재임 때인 2009년 당시 천문학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자국 화폐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되자 미국 달러 등 외국 화폐를 법정 통화로 채택했다.
이후 2019년 다시 짐바브웨 달러(Z$)를 도입했으나 이때는 이미 무가베 전 대통령은 쿠데타로 축출된 이후였다. 짐바브웨는 2024년에는 다시 새 화폐 '짐바브웨 골드'(ZiG)를 도입했다.
콩고와 관련해서는 엡스타인과 오래 친분을 유지한 영국 노동당의 중견 정치인 피터 맨덜슨 전 산업장관이 콩고에 민영 은행을 설립하려는 콩고 관리에게 엡스타인을 소개해주려 한 정황이 이메일에 담겼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맨덜슨은 2010년 10월 콩고 관리로부터 은행 설립과 관련해 카타르나 싱가포르 투자자를 물색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카타르 고위 인사에게 해당 프로젝트를 전달하는 한편, 해당 콩고 관리에게 엡스타인을 만나보라고 제안했다.
맨덜슨은 이메일에서 엡스타인에 대해 "누구보다 재무 분야에 대해 잘 안다"며 "완전히 믿을만한 좋은 친구"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엡스타인과 콩고 관리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고 해당 은행도 설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맨덜슨은 2011년 1월 엡스타인의 파리 아파트에서 그와 콩고 관리의 만남을 주선했지만, 해당 콩고 관리가 참석을 취소한 것으로 공개된 이메일에 나타났다.
2008년 미성년 성매매로 유죄를 받고 2019년 다시 미성년자 상대 성매매 알선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기다리던 중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엡스타인은 케냐와 탄자니아를 미성년 성 착취 관련 거점 중의 하나로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엡스타인 파일에는 2009년 두 명의 소녀를 케냐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엡스타인이 "사파리와 인턴십"을 위해 이들에게 각각 1만3천달러를 약속하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 있다고 케냐 일간 케냐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엡스타인 파일에는 2010년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당시 대통령의 영국 국민 방문 때 러시아 모델을 만찬에 초대하는 내용의 이메일도 있어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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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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