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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법왜곡죄 아닌 장난죄 걱정"…민주, 또 본회의 전까지 땜질

중앙일보

2026.02.05 12:00 2026.02.0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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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 처리를 공언한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를 둘러싼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국회 법사위가 의결한 법왜곡죄 법안에 대해 당 지도부마저도 위헌 소지를 우려하면서 생긴 일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법 왜곡죄에 대한 위헌 요소를 살피고 있다”며 “본회의 상정 전까지 조율할 내용이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법률상 처벌 행위가 구체적이지 않아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법사위 의결안의 주된 문제로 지목된다.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와, 그에 적용되는 형벌을 누구나 예견할 수 있도록 명확히 규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책위는 법사위가 규정한 ‘법 왜곡 행위’ 조항 일부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본회의 문턱까지 온 개정안(제123조의2 신설)은 크게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는 경우(1항), ▶은닉, 위조 등을 한 증거를 재판·수사에 사용하는 경우(2항) ▶위법하게 증거 수집하거나, 증거 없이 범죄 사실을 인정하거나, 논리·경험칙에 현저히 반하여 사실을 인정한 경우(3항)를 법 왜곡으로 규정한다.

이 중 1항과 3항에 대한 삭제 가능성을 당 지도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의도적’, ‘논리·경험칙에 현저히 반하여’ 등 모호한 조문이 포함된 부분이다. 정책위는 또 특정 행위에 대해 “확정판결 시 (법 왜곡죄를) 적용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추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실제 법 왜곡죄가 생기면, 고소·고발이 남발될 것이란 우려가 법조계에 적잖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앞에 걸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원내 지도부 안팎에서는 본회의 전략상 법 왜곡죄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 왜곡죄를 무리한 내용으로 밀어부치려다가 간첩죄(형법 98조) 개정마저 함께 무산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법 왜곡죄 신설과 간첩죄 개정안이 형법 개정안에 함께 담겨 있다”며 “야당이 간첩죄 개정엔 찬성하지만, 법 왜곡죄 반대 명분으로 보이콧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모두 일찍이 예견된 논란이었다는 것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0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 왜곡죄 입법 추진을 공언한 직후부터 여권 내에서조차 “무리한 입법”이라는 전문가·원로의 우려가 분출했다. 지난해 12월 4일 법 왜곡죄가 법사위 문턱을 넘자,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를 이끄는 이석연 위원장이 정 대표를 찾아 “법왜곡죄는 문명국가의 수치”라고 직격한 일이 대표적이다. 같은 달 8일 민주당 의총에서는 “판례로 다 돼 있는데 법 왜곡죄가 필요한가”라는 의문도 제기됐다.

법사위 심사 단계에서도 “왜곡의 정의가 불분명하다”(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 “수사의 중립성, 객관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이진수 법무부 차관), “분쟁 지속이 불가피해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법사위 전문위원)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 등 법사위 강경파의 독주를 사실상 방치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제 와 민주당 지도부는 “졸속·땜질”로 비판받는 본회의 직전 법안 수정을 또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여권 내에서도 우려가 컸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의 전철을 또 밟는 것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쯤 되면 법 왜곡죄가 걱정되는 게 아니라 민주당의 ‘법 장난죄’가 걱정이 된다”고 비난했다.

반대로 민주당 강경파들 사이에선 반발 조짐이 보인다.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이런 방식(지도부 재검토)의 법안처리가 반복되는 것은 법사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고, 상임위 중심주의에도 위배된다”며 “법사위가 강경파가 아니라 법원이 막가파이고, 법사위는 이를 합헌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적었다. 한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도 통화에서 “당 대표가 장려할 때는 언제고, 모든 절차를 마친 뒤 와서 문제 삼는다면 무슨 일을 하라는 것이냐”며 “법 왜곡죄 수정은 사법개혁하지 말자는 소리”라고 반발했다. 다른 법사위원도 “각계 의견을 이미 충분히 반영했고,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토를 거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법 왜곡죄의 부작용을 경고한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원심 결정이 최종심 결정과 다르면 처벌될 가능성이 있어, 법관 독립성은 사라지고 보신주의가 굳어질 것”이라며 “결국 모두가 대법원만 쳐다봐 민주당이 문제로 삼는 ‘제왕적 대법원장 구조’는 더욱 굳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 현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경찰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고소·고발인과 피고소·고발인이 모두 법 왜곡죄로 수사 담당자를 고소할 수 있다”며 “수사 위축은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이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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