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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1000장 뒤져 밀수범 지문 찾았다, 美마약국도 감탄한 그녀

중앙일보

2026.02.05 12:00 2026.02.0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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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지방해경청 소속 강민혜 경사는 지난 12월 경찰청이 주관한 지문감정관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해경 첫 합격자다. 해양경찰청
남해지방해경청 수사과 소속 과학수사관 강민혜(43) 경사의 하루는 새끼 손톱 절반 크기의 쪽지문(불완전 잠재 지문)과 씨름으로 시작한다. 강 경사가 1년에 채취·분석하는 지문 수만 100~200여건이다. 이렇게 확인한 지문이 사건 관련자 특정과 범인 검거로 이어진다.

2014년 해경에 들어온 강 경사는 2018년 과학수사관이 됐다. CSI 같이 과학수사를 다룬 미국 드라마 등을 보면서 과학수사에 매력을 느껴서라고 한다. 똑같은 지문 감식이라도 육지와 바다는 다르다. 해경의 과학수사관 역시 육지의 과학수사관과는 다르다.

가령 육지에선 수분이 빠지기 때문에 시신의 말라버린 지문을 뜨거운 물에 한 번 불린 뒤 건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반면 해양 사건은 해수와 염분의 영향을 받는다. 바다 속 시신은 이미 물에 불어 훼손된 경우가 태반이다. 뜨거운 물로 지문을 최대한 팽창시켜 지문의 융선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 강 경사는 “변사 사건은 유가족을 찾지 못하면 ‘신원불상자’로 행정처리가 되니까 더 신경을 써서 감식한다”며 “지문을 통한 신원 확인으로 유가족을 찾았다는 말을 들으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해지방해경청 소속 강민혜 경사는 지난 12월 경찰청이 주관한 지문감정관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해양경찰청



섬세한 지문채취에 DEA도 “대단하다” 칭찬


강 경사의 집념이 국제 밀수조직 검거로 이어졌다 . 2024년 1월 부산 신항에 입항한 선박에서 100㎏의 코카인이 발견된 적이 있었다. 비닐로 포장된 사각형 벽돌 모양의 코카인 블록 100개가 발견됐다. 코카인 블록마다 10장이 넘는 비닐로 꼼꼼하게 감싼 상태였다고 한다. 배를 타고 먼 거리를 이동했고, 범죄자들이 장갑을 끼고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커서 지문이 나올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하지만 강 경사는 동료들과 함께 코카인을 포장한 1000장의 비닐을 하나씩 풀어낸 뒤 정밀 감정에 들어갔다. 고생 끝에 풀어낸 비닐에서 50여개의 지문을 찾아냈다. 앞서 밀수범을 쫓던 미국 마약단속국(DEA)도 “이걸 어떻게 찾아냈느냐. 대단하다”며 직접 감사 인사를 했다. DEA는 남해지방해경청 과학수사관들이 찾아낸 지문을 통해 일부 범죄자를 검거한 상태라고 한다.

경찰청이 주관한 지문감정관 자격시험에 합격한 남해지방해경청 소속 강민혜 경사. 해양경찰청

강 경사는 지난해 12월엔 해경 최초로 지문감정관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지문감정관 자격시험은 법정 증거로 제출되는 지문 감정의 신뢰성과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치러진다. 경찰청이 2021년 10월 도입했는데 매년 합격률이 20% 미만에 그칠 정도로 어렵다. 강 경사는 3차례 도전 끝에 합격했다. 순천향대 법학대학원 법과학과에도 진학해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강 경사는 “지문 속 융선(특징점) 12개 이상이 일치해야 동일 지문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세심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일에 재미를 느끼면서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석사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은 강 경사의 지문감정관 합격 등을 계기로 지문감정 결과의 공신력을 제도적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강 경사는 “육경 내 과학수사관은 2000여명인데 우리는 겨우 50여명”이라며 “해경도 과학수사관들의 역량을 더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모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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