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외교부 홈페이지에 5851자에 이르는 보도 설명자료가 게재됐다. 외교부가 이런 장문의 자료를 내는 일은 흔치 않다. 5일 게재된 조현 외교부 장관의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 참석 관련 보도자료가 1088자였다.
외교부가 낸 장문의 자료 제목은 ‘일본 삿포로 집단 폭행 피해자에 대한 외교부·주삿포로총영사관 대응 보도 관련’이었다. 최근 일본 삿포로를 여행 중이던 한국인이 현지에서 집단 폭행을 당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주삿포로 총영사관 측에 일본 경찰에서 조사받을 때 통역을 지원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으나 영사관이 이를 거부했다는 내용 등이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재외국민이 사건이나 사고를 당할 때마다 외교부의 미흡한 대처는 고질적으로 지적돼 온 문제다. 다만 영사조력법 등 근거 규정을 넘어서는 무리한 요구가 빈번한 것도 사실이다.
유럽 지역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외교관은 “여행을 왔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현지 호텔에서 격리를 하게 된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공관으로 연락해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고 한국 음식을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이는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영사 조력의 범위는 벗어나지만, 직원 한 명이 한국에 계신 아버지가 생각난다며 매일 한식을 배달해 드렸다”고 전했다. 규정과 무관하게 도의적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해외에서 재난이나 범죄 발생시 국가가 제공하는 영사조력의 경계선에 대한 질문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국민 보호는 국가의 의무이지만, 영사 업무 담당자들이 수퍼맨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외공관 등의 자원은 한정돼 있는 만큼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적절한 지원을 제공해야 다른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Q&A로 풀어봤다.
Q. 체포될 경우 어떻게 도와주나요.
영사 조력은 국가의 무제한 서비스를 뜻하지는 않는다. 해외에서 상황 발생시에도 국내에서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국가가 제공하는 보호의 수준을 넘어서지 않아야 한다는 ‘형평의 원칙’이 적용된다. 다만 스스로, 또는 가족 등 연고자가 지원을 한다고 해도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보호를 제공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체포되거나 수감될 경우 공관 영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하거나 면담해 불이익이 없는지 여부 등을 살핀다. 하지만 수감자를 면회하는 데 드는 비용 등은 지원하지 않는다.
Q. 범죄 피해를 당하면 수사를 지원하나요.
피해를 입은 재외 국민이나 연고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관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현지에서 이뤄지는 수사나 재판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알려준다. 피해자에게 변호사와 통역의 정보를 제공하고, 변호사를 선임하는 절차를 안내하는 것도 공관이 제공해야 할 조력 범위 내에 들어간다. 주재국 수사 기관에 공정한 수사를 해달라고 협조 요청을 할 수는 있지만, 직접 수사를 하거나 범인을 체포하는 일은 할 수 없다. 주재국의 사법권을 침해하는 게 될 수 있어서다.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신변 보호도 제공할 수 없다.
Q. 통역과 번역을 제공해주나요.
영사조력법상 수사 단계에서 필요한 직접적 통·번역은 재외 공관이 제공할 수 있는 지원의 범위를 넘어선다. 다만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한 직후 경찰 신고나 사고 현장에서의 의사소통 등 초기 대응 단계에서 꼭 필요한 경우에는 영사안전콜센터의 통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베트남어 등 7개국어) 영사안전콜센터 통역상담관이 민원인과 통화한 뒤 옆에 있는 현지 관계자에게 통화로 통역하는 방식이다.
Q. 비용이 들면 누가 내나요.
영사조력법상 재외국민은 자신의 생명, 신체, 재산의 보호에 드는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사건이나 사고를 당한 재외국민이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기 어렵고 연고자가 없을 경우, 또 긴급한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국가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