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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도 바흐 쳤던 임윤찬 "슈만 환상곡은 마흔 넘으면 도전"

중앙일보

2026.02.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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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는 임윤찬. [사진 유니버설뮤직]
“며칠 전 꿈에서 독주회를 했습니다. 1부에서 쇤베르크와 바흐를, 2부에서 베토벤을 연주했던 기억이 납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을 낸 임윤찬은 꿈에서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연주한다. 6일 음반 발매를 앞두고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앞으로 더 연주하고 싶은 곡이 너무 많아 다 쓰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꿈에서 연주했던 곡에는 작품 번호를 꼼꼼히 적어 보냈다.

임윤찬의 골드베르크 음반은 지난해 4월 25일 미국 카네기홀 공연의 실황 녹음이다. 이날 공연에 대해 뉴욕타임스의 음악평론가 재커리 울프는 “낭만적인 강렬함과 대비를 끌어올린 바흐”라며 “순수함에서 경험으로 성숙하는 젊은이의 스토리로 표현했다”고 평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80여분의 대곡이다. 주제가 되는 노래인 아리아에서 시작해 30개의 변주가 이어지고, 같은 아리아를 반복하며 끝난다. 바흐가 발견한 건반 악기의 가능성이 집대성된 곡이며, 당시 유럽의 여러 양식이 축약돼 피아니스트들이 필생의 연주곡으로 꼽는다. 임윤찬은 기존 인터뷰에서 “어려서부터 이 곡을 연주하고 싶었다”며 “한 인간 삶의 여정을 담고 있는 음악”이라고 했다.


Q :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선택한 이유는요.
A : “‘이 곡을 해야겠다’라는 시기가 딱 다가온 것 같았습니다.”


Q : ‘한 인간의 삶의 여정’이란 의미는요.
A : “아리아로 시작해 30개의 인간적인 노래가 나오고, 마지막에 아리아가 나오는 구성에서 그렇게 떠올렸습니다.”


Q : 명 피아니스트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해석의 변화를 보여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A : “저에겐 이 곡이 가장 인간적이고 장난과 유머가 가득한 곡인 동시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감정 하나하나가 우러나오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한없이 진지하게만 해석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


Q : 골드베르크의 수많은 음반 중에 좋아하는 녹음이 있나요?
A : “모든 연주자의 버전을 다 들어봤는데, 곡을 깊이 공부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제 마음속에 있는 골드베르크 변주곡만을 믿게 된 것 같습니다.”


Q : 악보에 빠르기나 셈여림 같은 지시 사항이 없는 곡인데, 연주할 때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선택했나요?
A : “음악을 하면서 제 것을 찾으려고 발버둥 치다가, 그것을 찾는 순간을 돌이켜보면 항상 ‘중간 어딘가(in between)’에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가 진리를 발견하는 순간은 어느 한쪽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중간에 있더라고요.”


Q : 실황 녹음의 현장은 어땠나요.
A : “음악에 몰두하고 있었던 상태라, 제 내면의 음악 이외의 요소는 생각이 잘 나지 않습니다.”


Q : 더 연주해보고 싶은 곡이 있다면요.
A : “다 쓰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다만 며칠 전 꿈에서 1부에 쇤베르크의 3개의 피아노 소품집 Op.11, 바흐의 파르티타 6번 BWV 830을 연주하고 2부에는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 Op.120을 연주했던 기억이 납니다.”


Q : 세계 무대에서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어떤 성취를 느끼나요.
A : “그저 매일매일 음악을 찾아 나가는 것이 가장 진리고, 제 마음에 있는 것을 믿고 따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Q : 카네기홀에서 2024년에는 쇼팽, 지난해에는 바흐를 연주했습니다. 올해는 프로그램을 변경하며 슈베르트와 스크리아빈을 예고했죠.
A : “여태까지 연주해 온 프로그램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벅찹니다. 그 위대한 산들을 넘어오다가 이제 다음엔 도대체 무엇을 연주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처음에는 슈만과 브람스도 연주해 보고 싶었는데, 이 레퍼토리는 조금만 기다려 주신다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슈만의 환상곡은 40살 이후에야 정말로 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제 마음에 있는 곡들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슈베르트와 스크리아빈은 어릴 때부터 마음 깊은 곳에서 노래되던 곡들이니까요.”

이번 음반에는 카네기홀의 대표 겸 예술감독인 클라이브 길린슨의 헌사가 실렸다. 길린슨은 “탁월한 커리어를 쌓아 나갈 것이 분명한 특별한 예술가의 첫 발자국”이라고 평했다. 임윤찬과 대화를 소개한 대목 또한 흥미롭다. 일생의 목표를 묻자 임윤찬은 “하나는 평생 꾸준히 연습하며 가능한 많은 음악을 연주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예프게니 키신과 두 대의 피아노 공연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임윤찬은 오는 4월 24일 카네기홀에서 세 번째 공연을 앞두고 있다.





김호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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