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위에 오른 중국 영화 '너자2'(감독 교자)가 25일 국내 개봉한다.
누적 관객 3억2400만명. 흥행수입 22억 달러(약 3조2400억원) 등 기록부터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흥행수입의 98%가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히트작이라 할 순 없다.
영화는 중국 고전 신화 '봉신연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판타지물이다. 판다를 닮은 짙은 다크서클과 들창코 등 튀는 외모 때문에 문제아로 낙인 찍힌 소년 너자가 운명에 맞선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스토리다.
너자는 원래 어둠의 기운을 안고 태어났지만, 부모의 사랑과 희생 덕분에 마왕이 될 운명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간다. 중국에선 손오공 만큼 유명한 존재다.
국내에서 개봉하지 않은 1편(2019)을 보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다. 신선, 인간, 요괴가 뒤섞여 사는 세상이 배경이다. 너자는 이들이 뒤얽힌 거대한 전쟁 속에서 가족과 친구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운다.
중국 전역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138곳의 인력 4000여명이 참여한 영화는 '대륙의 스케일'을 자랑한다. 140만 컷에 달하는 특수효과 시퀀스는 '인해전술'을 떠올리게 한다.
상상력과 기술력이 결합해 육해공의 신비로운 세상 등 거대한 스펙터클을 완성한다. 8000만 달러(약 1178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5년에 걸쳐 완성했다. 하이라이트인 후반부 전투 장면에선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2억개의 캐릭터가 화면을 가득 메운다. 이 전투신을 구현하는 데만 1년 반의 시간이 걸렸다.
선과 악의 이분법 구도를 뛰어넘는 캐릭터 설정 또한 흥미와 몰입도를 높인다. 무량신선은 정의의 화신을 자처하지만, 뒤에서 모략을 꾸미고 약자를 짓밟는 위선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무량신선이 사는 옥허궁이 백악관처럼 하얗고, 독수리 문장과 달러 문양의 무늬가 등장한다는 이유로 반미(反美) 코드를 숨겨 놓은 영화란 지적이 있지만, 이 부분이 크게 두드러지진 않는다.
영화가 애국주의를 부추긴다고 할 수도 없다. 콤플렉스를 지닌 주인공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영웅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은 보편적인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선과 악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고, 선과 정의라는 명분 하에 혐오를 부추기며 자기 잇속을 챙기는 세력이 있다는 메시지 또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시애틀 타임스는 "누구나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영화"라고 평했다. 안면인식 기술을 유쾌하게 비튼 쿠키 영상, 요괴의 신분 상승을 가로막는 공고한 계급 장벽 등의 풍자는 오히려 중국 사회 내부를 향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 감성이 진하게 묻어 나는 캐릭터들의 외형과 유머는 할리우드·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이질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정지소(너자), 손현주(무량신선), 고규필(태일사부) 등 배우들이 참여한 한국어 더빙은 그런 문턱을 낮춰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