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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 비트코인 위기…"죽음의 소용돌이" 경고 나왔다, 왜

중앙일보

2026.02.05 18:13 2026.02.0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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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폭락 이후 암호화폐 업계 최악의 하루로 기록됐다.”(월스트리트저널)

‘디지털 금’으로 불리던 암호화폐가 위기를 맞았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6일 오전 11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하루 전보다 약 10% 급락하며 6만5000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한때 6만1000달러 안팎까지 밀렸다. 원화 기준으로는 1억원 아래로 내려갔다. 비트코인 6만 달러대는 2024년 10월 말 이후 15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쌓은 상승분을 모두 날렸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최고치 12만 5000달러의 반토막 수준이다.
금도금 비트코인 모형을 비트코인 월간 가격 차트가 표시된 컴퓨터 화면 앞에서 촬영했다. AFP=연합뉴스

이날 급락을 부추킨 직접적 계기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이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베센트 장관은 미 하원 청문회에서 “정부가 비트코인 하락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을 실시하거나, 민간 은행에 매입을 지시할 권한이 있느냐”(브래드 셔먼 민주당 의원)는 질의에, 베센트 장관은 “재무장관으로서도,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 의장으로서도 그럴 권한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정부는 법적 사건에서 압수한 비트코인만 보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암호화폐 가격은 친(親)암호화폐 성향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에 힘입어 상승 흐름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디지털자산 관련 입법 지연,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차기 의장 지명에 따른 긴축 우려 등이 겹치며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회피 심리가 확산됐다. 여기에 “구제는 없다”는 정책 시그널이 더해지자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빚을 내 투자한 물량 정리)이 한꺼번에 쏟아졌다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올해 1월 중순부터 비트코인의 급격한 하락을 촉발했고, 펀드들이 환매 요청에 대응하고 레버리지 투자를 청산하기 위해 자산을 매도하면서 매도세가 더욱 심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하락으로 암호화폐 앞에 붙던 ‘디지털 금’이라는 수식어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1년 이후 비트코인은 약 73%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금(164%), 나스닥100(82%),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75%)에 비해 낮은 수치다. 연초 대비 손실률은 30%에 육박한다. 암호화폐 프라임 브로커 팔콘X의 조슈아 림은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이자 포트폴리오 헤지 자산으로서의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고 짚었다. 모나크 자산운용의 실리앙 탕은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3만5000달러대 전망…“죽음의 소용돌이” 경고도


이번 충격이 비트코인발(發)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마이클 버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역겨운 시나리오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는 “비트코인이 여기서 10%만 더 하락한다면,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 비축기업 스트래티지는 수십억 달러의 적자 상태에 빠질 것이며, 자본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은 사실상 차단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금ㆍ은 가격 폭락에 대해서도 “코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최대 10억 달러 규모의 귀금속 포지션이 청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담보 가치 하락이 연쇄 매도를 부르는 ‘죽음의 소용돌이(collateral death spiral)’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 리서치회사 22V 리서치의 존 로크는 “비트코인은 2011년 이후 다섯 차례의 큰 약세장을 겪었고 평균 낙폭은 80%였다”며 “이번 사이클이 그 수준에 도달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약 3만52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공개된 비트코인 대량 보유 기업 스트래티지의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은 124억 달러로, 전년 동기(6억7080만 달러) 대비 큰 폭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공동창업자 마이클 세일러는 컨퍼런스콜에서 “우리는 비트코인 대통령(트럼프)을 두고 있다”며 “그는 미국을 비트코인 강대국, 세계 암호화폐의 중심지, 디지털 자산의 선두 주자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비축 전략을 재확인하면서다.

마렉스의 수석 전략가 일란 솔롯은 “현재로써는 전망이 여전히 부정적이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났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움직임은 역사적으로 장기 투자자들에게 매수 기회를 제공해 왔다”고 짚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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