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운하의 운영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 파나마가 서로 충돌하면서 중남미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보복 사태가 우려된다.
지난 3일(현지시간) 심야에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연락판공실은 “(파나마가) 잘못을 깨닫지 못한다면 반드시 정치적·경제적으로 엄중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강도 높은 성명을 발표했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5일 성명을 재확인하며 “중국 정부는 중국 기업의 정당하고 합법적 권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며 보복을 재차 예고했다.
중국의 반발은 지난달 29일 파나마 대법원의 한 판결이 촉발했다. 대법원은 홍콩의 CK 허치슨 계열사인 파나마항만회사(Panama Ports Company)가 헌법을 위반해 독점적 특권을 누리고 세금을 면제받아왔다고 위헌 판결하고 덴마크의 머스크 관계사가 임시 인수하도록 조치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4일 X(옛 트위터)에 “홍콩·마카오연락판공실 성명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파나마는 법치주의 국가로 중앙정부는 독립적인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며, 외교부는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만일 중국이 보복할 경우 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중국은 파나마 투자를 중단하며 보복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5일 소식통을 인용해 “국영 기업들에 파나마와 신규 프로젝트 협상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며 “이번 조치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잠재적 투자를 무산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파나마에 수 조 원대의 경제적 불이익 조치를 취했다는 의미다. 중국은 또 해운기업에 추가 비용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면 다른 항구를 통해 화물을 우회하는 방안을 고려하도록 지시했다.
한파령(限巴令)이라고 부를 수 있는 파나마 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도 시작됐다. 블룸버그는 중국 해관(세관) 당국이 바나나와 커피 등 파나마 수입품에 대한 통관 검사를 강화했다고 전했다.
파나마는 지난해 이미 중국의 일대일로(21세기 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에서 탈퇴했다. 현재 중국 국영기업은 파나마에서 14억 달러(약 2조원) 규모의 운하 제4대교, 중국항만공사가 건설한 크루즈 터미널, 중국철도터널그룹(CRTG)이 건설한 지하철 등의 인프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지난 1997년부터 파나마의 두 개 항만 터미널을 운영해 온 홍콩의 부호 리카싱 소유의 CK 허치슨은 파나마 대법원 판결에 불복해 국제 중재 절차에 들어갔다.
파나마 대법원의 판결로 미국이 서반구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며 전략적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중국은 반격에 나설 전망이다. 천원링(陳文玲)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연구원은 “미국이 서반구의 자원과 에너지의 통로와 통제권을 장악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전면적으로 고립시키고 있다”며 “경제·무역 분야에서 중국의 마지노선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밝힌 해외 마지노선이 침해받을 경우 제2, 제3의 사드 보복 조처를 해야 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