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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기금으로 굴린다…"수익률 기대" 20년 만에 '대수술'

중앙일보

2026.02.05 21:14 2026.02.0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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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태스크포스(TF) 장지연 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노사정TF 공동선언문을 들고 있다. 노사정이 퇴직연금 방향 전환에 대해 공동 선언문 형태로 합의한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뉴스1
퇴직연금 제도가 20년 만에 '대수술'에 들어간다. 퇴직연금을 전 사업장에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내용의 노사정 합의문이 6일 발표됐다. 이는 2005년 퇴직연금 도입 이후 약 20년 만에 이뤄진 첫 노사 간 사회적 합의다. 다만 국민연금의 기금형 운용 주체 참여 여부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 호텔에서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공개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기금형 퇴직연금'의 도입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개인이 각자 운용하지 않고 국민연금처럼 외부 전문기관이 근로자의 퇴직연금을 대신 운용하는 방식이다.



DB·DC-계약형 더해 DC-기금형 생긴다

기금형 대상은 확정기여(DC)형에 한정된다.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DB)형과 DC형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퇴직급여 수준이 사전에 정해져 있는 DB형의 경우 운용 수익률이 높아지더라도 그 성과가 근로자에게 직접 귀속되지 않는다. 반면 DC형은 운용 성과가 곧바로 개인의 노후자산 규모에 반영되는 구조다. 일단 실질적인 수익률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DC형만 기금화하기로 의견이 모였다.



이에 따라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기존 계약형에 더해 기금형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갖게 된다. 기금형 중에서도 민간 금융기관(금융기관 개방형 기금), 기업 연합체(연합형 기금), 공공기관(푸른씨앗 등) 가운데 운용 주체를 선택할 수 있다. 의사결정 방식은 현행 퇴직급여제도와 마찬가지로 사업장 단위에서 노조나 근로자대표가 결정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도 회사마다 DB형과 DC형을 함께 운영하거나 은행·증권사 등 다양한 금융기관과 계약할 수 있는데, 여기에 다양한 운용 주체의 DC-기금형이라는 선택지가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이라며 “노사의 결정에 따라 어떤 사업장은 계약형과 여러 기금형을 모두 선택지로 제시할 수도 있고, 현행처럼 DC-계약형만 유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참여 열어놔...노사 이견 커

노사정은 ‘DC-기금형’ 운용 주체로 ▶금융기관 개방형 기금 ▶연합형 기금 ▶공공기관 개방형 기금 등 세 가지 방식을 모두 열어뒀다. 금융기관 개방형은 은행·증권·보험 등 민간 금융회사가 운영하는 방식이다. 연합형 기금은 여러 기업이 공동 수탁법인을 만들어 외부 운용사에 위탁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서울·경기 지역의 정보기술(IT) 중소기업들이 모여 만들거나 산별 단위로 모으는 연합형 기금도 가능하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운용 주체 중 하나인 ‘공공기관 개방형 기금’이다. 국민연금이 포함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국민연금 참여 여부는 이번 합의문에 명시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노사 간 이견도 컸다. 최근 국민연금이 고환율 국면에서 환 헤지 전략을 조정하는 등 이른바 ‘환율 방어’에 활용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퇴직연금 운용까지 맡기는 데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 12일 국회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퇴직연금 기금화 반대 청원의 참여자가 1만 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다만 향후 추가 논의나 국회 입법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포함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국민연금 참여 여부가 향후 기금형 퇴직연금을 둘러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퇴직연금 전 사업장 의무화...일시금 수령 가능

이와 함께 전 사업장에 퇴직연금이 의무화된다. 1961년 도입된 퇴직금 제도는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다. 퇴직금과 퇴직연금의 차이는 회사가 사내에 적립하느냐, 아니면 외부 금융기관에 의무 예치하느냐에 있다. 퇴직연금을 도입해 사내 적립 대신 금융기관에 맡겨 기업 파산 시에도 근로자의 퇴직금 수령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중도 인출이나 일시금 수령 등 근로자의 선택권은 현행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퇴직연금이 된다고 해서 일시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같은 오해를 없애기 위해 일시금 수령 등을 합의문에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퇴직 시점에 지급하던 퇴직금을 매달 현금으로 외부에 납부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현금 흐름이 취약한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고려해 정부는 시행 시기와 적용 단계는 영세·중소기업 실태조사를 한 이후 확정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제도 설계는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DB형과 DC형=DB형은 퇴직 시 받을 급여가 사전에 확정되는 방식으로, 통상 ‘퇴직 직전 평균임금 3개월분×근속연수’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DC형은 회사가 매년 일정 금액을 적립하고, 근로자가 이를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다. 수익이 늘 수 있지만, 손실 위험도 근로자가 감당해야 한다.



김연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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