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으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심에서 공소기각 판단을 받았다.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병채씨가 받은 성과급·퇴직금 약 50억원(세금 공제 후 약 25억원)이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이라고 보고 이들 부자를 기소했지만 2번의 1심 재판에서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
재판부 “檢, 같은 사건으로 2번 기소…공소권 남용”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오세용)는 6일 선고기일에서 검찰의 곽 전 의원 기소를 이중 기소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김만배에 대한 선행사건 항소심 절차를 거치는 대신에 이 사건을 통해서 1심 판결을 2번 받아서 결과를 뒤집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했다”며 “사실상 동일한 내용에 대해서 1심 판결을 2번 받았다고 보이므로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번 재판은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한 곽 전 의원의 두 번째 재판이다. 곽 전 의원은 2022년 아들을 통해 뇌물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 등)로 기소됐으나 2023년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성과급 50억원이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병채씨가 성인으로 독립생계를 유지 중이므로 아들의 성과급을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그러자 곽씨 부자에게 다른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게서 하나은행의 대장동사업 컨소시엄 이탈 방지를 위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를 병채 씨의 성과급으로 꾸며서 수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곽 전 의원에게는 거의 같은 사실관계에 대해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하고, 이전에는 기소하지 않았던 아들 병채씨에게는 특가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실제 50억 수령자인 아들이 아버지와 공모해 뇌물을 수수했다고 주장하는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곽 전 의원이 무죄를 받은 후 항소심 법정에서 “왜 나만 1심 재판을 2번 받아야 하느냐”고 따진 배경이다.
재판부는 아들 병채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하나은행이 성남의 뜰 컨소시엄에 잔류하도록 부탁하는 청탁 대가로 50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거나, 부자가 뇌물수수를 공모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곽병채가 곽상도의 의사연락 하에 대리인으로서 금전을 받았다거나 실행행위를 분담해 공무원인 곽상도가 뇌물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렵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함께 기소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곽 전 의원과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의 만남을 주선하고 곽 전 의원이 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는 걸 방조한 혐의다. 관련 건으로 곽 전 의원은 앞선 재판 1심에서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
‘1심 무죄’ 곽상도 뇌물 재판도 항소심 재개 전망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 항소심은 이 사건과의 절차 중복을 막기 위해 2024년 7월 이후 멈춰 있다. 이날 곽 전 의원의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한 선고가 나오면서 뇌물 혐의 항소심 재판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곽씨 부자는 이날 무표정으로 재판부 선고를 들었다. 입술을 적시며 천장을 올려다보거나 바닥을 내려다보기도 했다. 공소기각 판결 후 곽 전 의원은 “아들이 받은 돈들이 저와는 무관하다는 게 2차에 걸친 재판에서 다 드러났기 때문에 저로서는 더이상 바랄 게 없는 판결”이라고 했다. 이어 “검사들의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 검사들에게 할 말이 많다. 이 사건은 항소할까, 안 할까 (궁금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