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살인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던 100세 남성이 42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극심한 재판 지연 끝에 나온 판결로, 인도 사법 시스템의 비효율성과 책임 문제를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 언론에 따르면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알라하바드 고등법원은 지난달 21일 살인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다니 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토지 문제를 둘러싼 다툼 과정에서 한 사람이 총에 맞아 숨졌고, 총을 쏜 주범 마이쿠는 범행 직후 달아나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마이쿠와 동행했다는 이유로 공범 혐의가 적용된 람과 또 다른 피고인 사티 딘은 1984년 각각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람은 선고 직후 항소해 보석으로 풀려났고, 수감 생활은 하지 않았다. 사티 딘은 항소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결국 사건에 연루된 세 명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해 있던 람은 기소된 지 42년 만에 열린 이번 재판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람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범행을 부추겼다는 의혹만 있을 뿐, 총을 쏘지 않았다”며 직접적인 살인 가담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판결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법원은 23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검찰이 제출한 사건 기록의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두 명의 핵심 목격자 진술이 서로 엇갈렸고, 경찰 보고서에는 중요한 사실이 누락돼 있었다.
법원은 또 검찰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람의 유죄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장기간의 절차적 지연으로 재판이 늦어지면서 인생의 말년에 접어든 사람에게 형사 책임을 끝까지 묻는 것은 정의를 형식적 의식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판결 과정에서 피고인이 수십 년간 겪었을 불안과 사회적 낙인 역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인도 사법부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재판이 40년 넘게 지연된 데 대해 사법부의 무능과 부패를 지적하며 “사법개혁을 외면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한 네티즌은 “판사와 변호사에게 ‘최악의 판사상’, ‘최악의 변호사상’을 줘야 할 판”이라며 “정부는 사법개혁을 외면한 채 손을 놓고 있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누군가의 인생을 40년 넘게 붙잡아 놓고 무죄를 선고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