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에서 위증 논란이 일었던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대표가 6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경찰이 로저스 대표를 불러 조사한 건 지난달 30일 1차 조사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경찰은 앞선 1차 조사에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셀프 조사’(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추궁했다.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출석한 로저스 대표는 “쿠팡은 계속해서 (한국) 정부의 모든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오늘 경찰 수사도 성실하고 협조적인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위증 혐의를 인정하는지’ ‘미 의회에 로비를 벌였는지’ 등 취재진이 묻는 말엔 답하지 않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로저스 대표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에 출석해 허위로 증언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를 받는다. 그는 당시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용의자를 직접 접촉한 배경에 대해 “저희는 원치 않았지만, 국가정보원에서 피의자와 연락하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로저스 대표 등 쿠팡 전·현직 임원 7명을 위증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쿠팡은 로저스 대표의 경찰 출석 전날(5일) 뒤늦게 약 16만5000개 계정의 개인정보가 추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정부 합동조사단이 쿠팡 내부 시스템과 서버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이 유출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쿠팡 측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동일 사건에서 추가로 확인된 사항일 뿐, 새로운 유출은 아니다”며 “내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유사 상황 발생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 피해 규모가 기존 3370만명에서 최대 3386만5000여명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생겼다.
같은 날 로저스 대표는 임직원에게 경찰 수사 등 정부 조사 대응에 관한 내용을 담은 사내 메일을 보냈다. 그는 “내일 예정된 2차 조사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며 “자료 제출, 대면 인터뷰 등으로 (정부 기관 조사에) 참여하고 계신 동료 여러분들께서도 적극적으로 임해 주시어, 사태가 조속히 정리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 같은 메일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쿠팡Inc(쿠팡 모회사) 사외이사와의 인연도 언급했다. 한·미 관세 문제가 길어지는 가운데 미 정·관계 핵심 인사와 긴밀한 사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5일(현지시간)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별 대우를 따져보겠다며 조사에 착수했는데, 쿠팡의 로비 활동에 따른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로저스 대표는 2020년 숨진 쿠팡 노동자 고(故) 장덕준씨의 산업재해 책임을 축소·은폐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로 지난달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의 추가 소환 조사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