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최근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17건에 대한 제재를 면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리는 통상 인도적 사업과 관련한 제재 면제도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정부는 이번 조치의 배경에 안보리의 핵심인 미국의 태도 변화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할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 유화 제스처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6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는 장기간 보류됐던 인도적 지원 사업 17건에 대한 제재 면제를 일괄 승인했다. 대부분 보건·영양 관련 사업으로, 신청 대상 별로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 3건과 국내 민간단체 2건, 세계보건기구(WHO)·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 8건, 기타 미국 민간 단체 등 4건이 대상이라고 한다. 안보리가 인도적 사업의 제재 면제를 승인한 건 9개월 만으로, 총 사업 규모는 수십 만 달러 규모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고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애써왔다"라며 “(북한의)호응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 내에선 이번 조치를 사실상 미국이 주도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다. 실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는 백신 등 인도적 물품 지원은 원칙적으로 허용한다. 다만 북한 정권이 이를 이중 용도로 전용할 가능성이 큰 게 사실이기 때문에 제재 면제는 꼼꼼한 심사를 거쳐왔다.
정부는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북·미 대화를 재개하는 방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안보리 조치는 미국의 ‘선제 유화 조치’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정부 관계자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북한이 이번 조치에 호응할 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 등에도 남측은 물론 국제 기구의 인도적 지원도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또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외부의 지원을 받는 데 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2019년 북·미 협상 과정에서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비핵화를 거론하지 않는 조건으로 대화 테이블에 앉을 용의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대화 개시의 문턱이 과거보다 한층 높아졌다는 의미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