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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인도지원 사업 17건, 유엔 안보리서 ‘제재 면제’ 일괄 승인

중앙일보

2026.02.0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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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가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17건에 대해 제재 면제를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9개월 동안 제재 면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상황에서 한꺼번에 승인 결정이 내려지면서, 미국의 대북 기류 변화와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우호적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일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대북제재위는 전날 인도적 목적의 대북 지원 사업 17건에 대해 제재 면제를 승인했다. 이들 사업은 과거 이미 제재 면제를 받았던 사업의 연장 신청 건으로, 한동안 보류 상태에 있다가 이번에 일괄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승인된 사업 가운데 한국이 주체인 사업은 총 5건으로, 경기도가 추진하는 사업 3건과 국내 민간단체 사업 2건이 포함됐다. 이 밖에 미국 등 해외 민간단체 사업 4건, 세계보건기구(WHO)·유엔아동기금(UNICEF)·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가 추진하는 사업 8건도 제재 면제를 받았다. 사업 규모는 평균 수십만 달러 수준이다.

대북제재위는 조만간 공식 의결 절차를 거쳐 제재 면제 승인 사실을 각 사업 시행 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인도적 지원 목적의 물자라 하더라도 대북제재 대상에 해당할 경우 제재위의 면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동안 제재 면제 승인이 중단됐던 배경에는 미국의 반대 기류가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북제재위는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인 만큼, 이번 승인 결정은 미국의 입장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조치는 시점상 지난 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 이후 이뤄졌다. 이에 따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회담 과정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게 제재 면제와 관련한 협조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는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이 대화 국면 조성을 위해 유화적 조치에 나섰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앞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북한 문제와 관련해 “며칠 내로 새로운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제재 면제가 승인됐다고 해서 실제 지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최근 남측은 물론 국제기구의 인도적 지원마저 거부해 온 상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대북 인도적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이번 제재 면제 승인에 대해 북한이 호응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반응 자체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차두현 부원장은 “북한은 그동안 인도적 지원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며 “이번 조치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 여부가 북한 내부 상황을 가늠할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홍([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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