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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정부, 언론보도 대응 사무국 출범…언론자유 논란 확산

연합뉴스

2026.02.06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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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와의 전쟁' vs 진실의 심판자 자처한 '빅브라더'? 언론의 비판 기능 약화와 "국가 주도의 낙인찍기" 우려도
아르헨 정부, 언론보도 대응 사무국 출범…언론자유 논란 확산
'가짜 뉴스와의 전쟁' vs 진실의 심판자 자처한 '빅브라더'?
언론의 비판 기능 약화와 "국가 주도의 낙인찍기" 우려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 정부가 언론 보도를 직접 반박하기 위한 정부 직속 기구인 '공식 대응 사무국(Oficina de Respuesta Oficial)'을 출범시키면서, 언론 자유 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해당 기구가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야권과 언론단체들은 "국가가 진실을 독점하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공식 대응 사무국 설립 배경에 대해 "언론과 정치권의 조직적인 허위 정보 유포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 기구가 검열이나 제재 권한을 갖지 않으며, 공식 자료와 데이터를 통해 잘못된 보도를 반박하는 역할만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당 사무국은 당분간 별도의 신규 행정 조직을 신설하지 않고 기존 조직과 인력을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정보를 바로잡는 것은 자유를 지키는 행위"라며 "사실을 밝히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루이스 카푸토 경제장관과 대통령 핵심 참모진도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언론계와 야권의 반응은 정반대다.
아르헨티나 언론인 포럼(FOPEA)과 언론사협회(ADEPA)는 공동 성명을 통해 "정부가 특정 언론 보도를 '거짓'이나 '공작'으로 규정하는 행위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고 비판하면서 "국가 주도의 낙인찍기"라며 반발했다.
특히 사무국이 출범 직후 현지 유력 일간지 클라린지 보도를 직접 겨냥해 반박 글을 게시한 것을 두고, "정부 비판 보도에 대한 본보기식 압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은 이 기구를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정치적 방어 조직"이라 규정하며 의회 차원의 문제 제기를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공식 대응 사무국 출범을 밀레이 정부와 전통 언론 간 장기적 갈등의 제도적 결과로 보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언론을 '카스타(기득권)'로 규정하며 강한 불신을 드러내 왔고, 정부는 기존의 '국가 광고'(일종의 언론지원금)를 폐지하는 대신 SNS를 중심으로 한 직접 소통 전략을 강화해 왔다.
이번 사무국 설립은 이러한 디지털 여론전을 공식 정부 조직 설립을 통해 제도화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밀레이 대통령이 연관된 리브라 암호화폐 사태 관련 논란과 국립통계청장 사임과 물가지수 해석을 둘러싼 언론의 비판 보도가 증가한 점도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논란은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기자들과 언론사를 상대로 벌여온 공개적 공격과 소송전과 맞물리며 더욱 증폭되고 있다.
밀레이는 기자들을 향해 "무식하다", "거짓말쟁이", "정치 공작의 일원", "돈 봉투 받는 부패한 자들"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실명을 직접 거론해 비난해 왔고, 일부 언론인과 칼럼니스트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도 제기했다. 현재 관련 소송 일부는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언론계에서는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가 단순한 반박을 넘어, 비판 보도를 위축시키기 위한 전략적 성격을 띤다는 지적이 나온다.
FOPEA는 "권력자가 소송과 공개적 모욕을 병행할 경우, 언론은 자연스럽게 자기검열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반면 밀레이 지지자들은 공식 대응 사무국 출범과 대통령의 강경한 언론 대응을 "기득권 언론 구조를 깨는 개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여당 성향 지지층은 SNS를 중심으로 "언론은 오랫동안 정치권력과 결탁해 왔다"며 "이제 정부가 데이터로 직접 대응하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기자 공격 논란에 대해서도 "책임 없는 언론에 대한 정당한 반격"이라고 옹호하고 있다.
이에, 비판론자들은 이 기구를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진리부(Ministry of Truth)'에 빗대고 있다. 국가가 무엇이 사실인지 판단하고 공식적으로 규정하는 구조 자체가 민주주의 원칙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사실'이라는 이름으로 해석을 독점할 경우, 언론의 비판 기능은 구조적으로 약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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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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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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