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사설] 지방행정통합, 선거용 넘어 국가 미래를 봐야

중앙일보

2026.02.06 07:34 2026.02.06 13:4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정부 20조 지원, 여당은 곧 특별법 처리 방침



야권 “예산 따는 공모 사업 됐다” 비판 제기



과감한 재정·권한 이양, 자립 대책 뒤따라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자치단체의 행정통합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 시간표에 맞춰 속전속결로 추진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대전과 충남, 광주와 전남의 통합과 관련해 통합으로 신설되는 두 지자체에 각각 4년 동안 20조원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두 통합 지자체 출범을 위한 특별법을 이달 중 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정부의 파격적 지원책이 나오자 그동안 소강상태였던 대구와 경북의 통합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부산과 경남에서도 행정통합 움직임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인구의 51%가 몰린 수도권 과밀·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고 지방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행정통합의 대의는 맞는 방향이다. 기존의 단일 광역지자체 규모와 역량으로는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한 인프라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산업 유치와 고급 인재 확보도 쉽지 않았다. 통합으로 지자체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6월 지방선거가 행정통합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지금의 추진 방식은 ‘중앙정부 돈 나눠주기’라는 당근을 앞세워 하향식 속도전을 밀어붙이는 측면이 있다. 여기엔 지방선거 구도를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한 정부·여당의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정부 지원책이 발표된 뒤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는 “대한민국 100년을 내다보는 실질적 지방분권이 마치 정부 공모사업처럼 지역 간 경쟁 구도를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했다. 두 단체장은 중앙정부가 한시적으로 돈을 줄 것이 아니라 양도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 국세 중 일정 비율을 통합 지자체가 안정적으로 확보할 방안을 특별법에 담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방이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채 계속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에 의존한다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행정통합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의 권한과 세수를 과감하게 이양해 통합 지자체가 자립하는 구조를 만드는 실질적 분권이 행정통합의 핵심이 돼야 한다. 여기엔 아직도 중앙정부가 움켜쥐고 있는 법적 권한을 내려놓는 결단이 필수적이다.

주민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현행 지방자치법을 보면 지자체 통합은 법률로 정하되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민투표를 할 수도 있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다. 행정통합은 주민 생활권과 지역 정체성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중요한 결정이다. 충분한 정보 제공과 숙의 없이 효율만 앞세워 절차를 지나치게 압축하면, 통합 이후에 후유증과 갈등이 커질 우려가 다분하다. 통합의 실익과 비용, 권한 변화가 무엇인지 명확히 제시한 뒤 최종 선택을 주민에게 묻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지금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행정통합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통합 지자체장을 선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통합 이후 행정 영역을 어떻게 조정하고, 중복되는 기존 지자체의 인력·조직·기능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방행정체계 개편은 국가 백년대계와 직결된다. 정부는 지방선거 이후를 내다본 큰 그림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행정통합의 원칙과 기준 등을 담은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정부·여당은 지금이라도 지역주민과 전문가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야당과도 긴밀히 협의하기 바란다. 그래야 지방선거용이라는 의구심을 불식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대승적 행정통합으로 갈 수 있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