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플러시 도어 손잡이’(flush door handle·매립형 손잡이)을 금지하기로 하면서 전 세계 완성차 회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손잡이를 포함한 차량 디자인은 미관뿐 아니라 공기역학 등 기능적 요소가 함께 고려되는 영역인데, 중국 차업체는 물론 테슬라와 현대차그룹까지 갑작스런 규제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6일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중국은 내년부터 물리적 전기차 도어 손잡이를 의무화하는 ‘자동차 문손잡이 안전 기술 요구’를 시행한다. 차량 외부 도어 손잡이의 조작이 불편하고 사고 후 문이 열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그 배경이다. 공업정보화부는 중국의 산업·제조·정보기술(IT) 등을 총괄하는 중앙부처다.
플러시 도어 손잡이는 차량 표면과 일체화한 디자인으로 설계돼 있으며, 필요할 때만 돌출되는 도어 손잡이다. 차량 주행 중에는 안으로 수납되기 때문에 공기 저항을 줄이고, 디자인 측면에서도 차체와 일체감을 더한다는 특징이 있다.
테슬라 ‘모델S’나 현대차 ‘아이오닉9’처럼 접근 시 자동으로 손잡이 전체가 솟아오르는 자동 방식과 현대차 ‘아이오닉5’처럼 손잡이의 일부를 누르거나 튀어나오면 수동으로 문을 개방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미국 테슬라가 2012년 모델S에 채택한 뒤, 공기 저항을 줄여 주행거리를 늘려야 하는 전기차에 주로 많이 채택됐다.
중국 정부가 플러시 도어 손잡이에 칼을 빼 든 건 지난해 샤오미 전기차 ‘SU7’에서 발생한 사고 때문이다. 당시 교통사고 후 화재가 발생했지만 탑승자가 차량에 갇혀서 나오지 못했고, 그 원인이 플러시 도어 손잡이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밝혀지며 논란이 됐다.
중국 정부는 차량 외부에 물리적으로 열 수 있는 손잡이를 달도록 했다. 차량 내부에서도 조작 편의성이 떨어지고 특정 상황에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탑승자가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위치에 물리적 손잡이를 설치토록 했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는 이 규정을 따라야 하며, 이미 당국의 승인을 받은 차량의 경우 2029년 1월까지 디자인을 변경하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 중 한 곳인 중국이 칼을 꺼내 든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도어 손잡이 변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내 손잡이 변경을 위한 비용이 전기차 모델당 1억 위안(약 208억원) 이상 들어갈 전망이다.
플러시 도어 손잡이 사고는 미국에서도 논란이 됐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지난해부터 테슬라의 2021년형 ‘모델Y’ 17만4290대를 대상으로 외부 도어 손잡이 결함에 대한 예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차량 저전압 배터리 문제로 외부 플러시 도어 손잡이가 작동하지 않아 승객이 차량에 갇히는 사고가 140건 넘게 있었고, 어린이는 수동식 개폐 장치를 쉽게 사용할 수 없다는 지적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디자인적 측면도 있지만, 공기역학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된 만큼 손잡이 디자인을 변경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면서도 “중국이 규제를 시작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만큼 디자인 변경을 최소화하며 규제를 충족하는 물리적 손잡이 장착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