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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주류시장 살린다더니…소주·맥주만 쏙 빠진 '주세 인하'

중앙일보

2026.02.06 13:00 2026.02.0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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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마트의 하이볼 코너에서 한 시민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알코올 도수가 낮은 주류의 주세를 인하하기로 한 가운데 주종별로 온도차가 뚜렷하다. 극심한 소비 침체를 겪는 주류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책이지만, 정작 세금 감면에 해당하는 품목은 극히 적기 때문이다.

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오는 4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낮은 도수 혼성주류에 30% 주세를 감면한다. 감면 대상은 알코올 도수 8.5도 이하이면서 과일·당분 등 불휘발분(휘발되지 않는 당분) 2도 이상인 주류다.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은 하이볼이 대표적인 감면 대상이다. 그동안 하이볼 등 혼성주류는 알코올 도수는 낮지만, 리큐르의 일종으로 분류돼 제품 가격의 72%를 주세로 부담해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따라 주세가 낮아져 최종 소비자가격은 약 15% 저렴해질 전망이다.

차준홍 기자
국내 주류 업계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주류 소비가 줄면서 극심한 소비 침체를 겪는 중이다.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주류 출고량은 약 407만kL였지만, 2024년 약 315만kL로 22.6% 감소했다.

전체 주류 소비는 줄었지만 ‘약한 술’ 수요는 증가추세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의 수입 주류 매출에서 하이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8.3%에서 2024년 38.6%로 대폭 늘었다.

차준홍 기자
하지만 정작 국내 주류업계 중 하이트진로는 이번 개정안의 주세 감면 조건에 해당하는 제품군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칠성음료도 혜택 대상 품목이 ‘스카치하이’ 제품 2종 뿐이다. 알코올 도수가 3도에서 5도 수준인 주류는 대개 과실주로 분류돼 감면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 개정안에 대해 “쉽게 말해 8.5도 이하 증류주가 감면 대상인데 국내 주류업계는 소주나 맥주 제품을 주로 생산하기 때문에 주세 감면을 거의 체감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한국주류산업 분석보고서를 작성한 강수정 삼일 PWC 연구원은 “지난해까지도 주류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개정안이 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전체 주류 소비에서 하이볼 등 저도수 혼성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하이볼 상품들. 연합뉴스
반면 유명인·캐릭터 지식재산(IP) 협업으로 다양한 하이볼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편의점 업계는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관측된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CU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이번 정부 개정안에 따라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하이볼 품목은 약 70종이다.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하이볼 30종,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도 하이볼 7종이 감면 대상으로 꼽힌다.

편의점 업계는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저도수 주류를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만큼 기대감도 높다. 일례로 GS25에서 판매하고 있는 ‘소비뇽레몬블랑하이볼’ 제품은 전체 매출의 80%가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볍게 즐기는 음주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감면 혜택에 따라 하이볼 제품이 가격이 내려가면 신규 수요와 재구매 확대를 동시에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제 맥주, 하이볼을 만들던 중소 주류 제조사들이 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도 합리적 가격대의 저도수 주류 상품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유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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