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젊은 세대로서 미래에 책임을 지는 정치를 실현하겠습니다. 그 역할을 맡을 각오입니다."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 후보로 이번 총선에 출마한 우라가마 나나(浦上なな)가 지난달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긴 글이다.
그녀의 출마 소회에 "어디에 있든 너는 빛날 거야. 투표하러 갈게" "아이돌로서 전력투구했던 것처럼 정치도 열심히 할 거라고 믿어" "용기 있는 결단. 20대의 젊은 목소리를 대변해 줘"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우라가미는 이번 총선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후보 중 하나다. 최연소 후보라는 이유도 있지만, 출마 회견 직전인 지난달 21일까지 걸그룹 '데라(Dela)'의 멤버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데라는 나고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로컬 아이돌이다. 2012년 데뷔해 지금까지 20장 이상의 음반을 내며 여전히 활동 중이다. 팀명 데라는 영문 'Delightful Enchanting Lovely Angels'의 약자로, '매우' '엄청' 등을 의미하는 나고야 지역의 방언 '데라(でら)'도 가리키는 중의적 표현이라고 한다. 우라가미는 2021년 9기생으로 데뷔해 '마츠우라 나나'라는 예명으로 5년간 활동했다.
우라가미의 소속사 나고야 미소녀 팩토리는 지난달 21일 "쌍방 합의하에 계약이 해지됩니다. 내일 오후 4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고, 우라가미는 이튿날 "젊은 세대의 목소리, 그리고 여러분의 목소리를 국정에 전달하기 위해 전력으로 도전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같은 날 유신회는 우라가미를 아이치 9구 중의원 후보로 공천한다고 발표했다.
유신회는 오사카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정당으로 출발해 2024년 총선에서 38석을 얻으며 3당이 되는 등 최근 세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자위대 강화 등 우파적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우라가미의 팬 사이에선 유신회 후보로 나선 데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나고야에 있는 난잔(南山)대에서 법학을 공부한 우라가미는 유세에서 경제 재생과 저출산 대책, 교육 개혁 등을 앞세워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입헌민주당으로 중의원에 당선된 오타케 리에(大嶽理恵·비례)도 난잔대 법학부 출신이다.
우라가미가 뛰어든 아이치 9구는 과거 총리를 지낸 거물 정치인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의 텃밭으로 유명했던 곳. 자민당 소속의 가이후 전 총리는 이곳에서 1960년부터 2005년까지 45년간 16선을 해 '가이후 왕국'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선 지난 총선 때 당선됐던 중도개혁연합의 오카모토 미쓰노리(岡本充功) 후보와 당시 2위 자민당의 나가사카 야스마사(長坂康正) 후보가 리매치를 벌인다.
이 틈에서 우라가미가 당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난 선거에서 오카모토 후보(51.3%), 나카마사 후보(36.8%)가 도합 88.1%를 득표하며 양강으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유신회의 이토 메구미(伊藤恵) 후보는 11.9%에 그쳤다.
다만, 일본에서는 우라가미는 비례대표 후보로도 등록이 되어 있어 근소한 차이로 패할 경우엔 비례대표로 당선이 가능하다.
일본 특유의 '석패율' 제도로,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모두 출마한 뒤 지역구에서 당선자와의 득표율 차가 적게 낙선했을 때 당선되는 시스템이다. 이 경우엔 소속 정당이 비례표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지도 중요하다.
일본에선 여성 아이돌 출신 멤버들이 조금씩 정계로 진출하고 있다.
2019년엔 가멘조시(仮面女子) 멤버 하시모토 유키(橋本侑樹)가 도쿄 시부야 구의회 선거 출마해 당선됐다. 또, 그라비아 아이돌 출신 나가이 리나(永井里菜)도 2023년 당선돼 사이타마 시의원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8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한편, 한국에선 과거 탤런트나 코미디언 등이 정계 진출하기도 했으나, 최근엔 뚜렷하게 감소했다.
가장 많은 연예인이 활동한 때는 14대 총선(1992년)으로 이순재, 최불암, 강부자, 이주일 등 톱스타 연예인들이 모두 국회 입성해 화제가 됐다. 지난 총선에서는 가수 리아로 활동했던 김재원씨가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