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유수연 기자] 첩보 영화는 흔히 두뇌 싸움의 장르다. 누가 더 많은 정보를 쥐고 있는가, 누가 더 빨리 속이는가의 싸움이다. 그러나 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는 그 공식을 비껴가며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오는 1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휴민트'(감독 류승완, 제공/배급 NEW, 제작 외유내강)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13년 개봉했던 영화 '베를린'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으로, 류승완 감독이 13년 만에 선보이는 첩보물이다.
‘휴민트(HUMINT)’는 사람(human)과 정보(intelligence)의 합성어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얻은 정보를 뜻한다. 사실상 제목에서부터 이미 답은 나와 있다. 기술이 아닌 사람, 데이터가 아닌 감정, 분석이 아닌 관계. 영화는 블라디보스토크라는 차가운 공간에서 펼쳐지는 첩보전 속에서도 인물들의 선택과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사진]OSEN DB.
조 과장(조인성)은 정보를 다루는 요원이지만, 그가 잃는 것도 얻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박건(박정민)과 채선화(신세경), 그리고 황치성(박해준)까지 얽히는 관계는 단순한 첩보 구도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감정의 교차로에 가깝다. 누군가는 이용하고, 누군가는 속이고, 또 누군가는 지키려 한다. 이 복잡한 감정선이 액션보다 더 큰 긴장을 만든다.
특히 영화가 돋보이는 지점은 기술이 고도화된 시대에도 ‘사람을 통한 정보’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설득한다는 데 있다. AI와 감시 시스템이 모든 것을 대체하는 시대, ‘휴민트’는 끝내 인간의 판단과 감정이 판을 바꾼다고 말한다. 첩보물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은 철저히 인간 드라마에 가깝다.
여기에 류승완 감독 특유의 리얼한 액션은 영화의 긴장도를 단단히 끌어올린다. 총격과 맨몸 격투, 좁은 공간을 파고드는 육탄전은 여전히 거칠고 날 것 그대로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액션은 단순한 쾌감의 도구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물들이 왜 싸워야 하는지, 무엇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지 감정의 맥락 위에서 설계되기에 더 설득력을 가진다.
[사진]OSEN DB.
배우들의 앙상블 또한 이 영화의 결을 완성한다. 조인성은 극의 중심에서 냉철함과 인간적인 흔들림을 동시에 품은 인물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박정민은 신념과 감정 사이에서 균열을 드러내는 복합적인 얼굴을 보여준다. 박해준은 차가운 권력의 얼굴로 긴장감을 조율하고, 신세경은 극의 정서를 단단히 붙드는 축으로 자리한다. 각자의 목표는 다르지만, 서로의 선택이 얽히며 만들어내는 긴장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느슨해지지 않는다.
결국 ‘휴민트’는 묻는다. 현재 정보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무엇인가. 배신일까, 총일까, 아니면 감정일까. 영화는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차가운 얼음 바다 위에서 뜨겁게 충돌하는 인간의 얼굴을 보여준다. 이처럼 설 연휴 극장가를 찾는 관객들에게 ‘휴민트’는 단순한 액션 이상의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첩보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결국 사람을 향해 있는 이 영화가, 명절 극장가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