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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개의 원형이 만나 '조화'…전세계 기다려온 겨울 축제 시작

중앙일보

2026.02.06 14:44 2026.02.0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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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수단 기수 차준환(피겨 스케이팅)과 박지우(스피드 스케이팅)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세계 최고의 눈과 얼음의 스포츠 축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7일(한국시간)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AC밀란과 인터밀란의 홈구장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성대한 개회식이 열렸다.

예술과 문화의 나라 이탈리아가 준비한 3시간 넘는 개회식은 세련됐고 아름다웠다. 예술, 그 안에는 분열된 세계가 결국엔 하나로 연결됐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6일(현지시간)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머라이어 캐리가 공연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축구의 성지’ 산시로 내부는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조각상 사이를 큐피트와 프시케 무용수들이 뛰어다니며 춤을 췄다.

그래미상 5회 수상에 빛나는 ‘팝의 여왕’ 머라이어 캐리(미국)가 등장하자 6만 명이 넘는 관중들의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이탈리아어로 도메니코 모두뇨의 ‘Nel blu, dipinto di blu(볼라레)’를 불렀다. 자신의 노래 “Nothing Is Impossible”도 열창했는데, 불가능을 가능케 만드는 올림픽 선수들을 향한 헌사처럼 느껴졌다.

‘패션의 수도’답게 개회식 무대는 거대한 런웨이로 변신했다.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다채로운 의상들이 동심원 형태의 무대를 수놓았다. 패션계 거장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흑백사진이 화면에 나타났다. 모델들은 아르마니가 디자인하고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초록, 빨간, 흰색 수트를 입고 워킹하면서,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아르마니에 헌사했다.

가수 라우라 파우시니가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이탈리아 국가를 열창했다. 관중들이 든 반짝이는 작은 LED 조명은 빛의 향연을 만들어냈다.
6일(현지시간)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고대 올림픽 발상지 그리스 선수단을 시작으로 92개국 선수단 입장이 이어졌다. 링 사이를 걸어 나와 런웨이 같은 무대를 행진했다.

우리나라 선수단은 22번째로 입장했는데, 이탈리아 알파벳 순서로 C(Corea)로 시작해서다. ‘피겨 프린스’ 차준환과 박지우(스피드스케이팅)가 기수로 태극기를 휘날리며 앞장섰다. 둘은 태극기를 페인스페인팅하고 환한 미소로 밀라노의 밤을 더욱 환하게 밝혔다.

리비뇨에서 입장하는 한국 선수단. AP=연합뉴스

사상 최초로 2개 도시가 분산개최하는 이번 올림픽은 개회식도 4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이색풍경을 연출했다. 코르티나담페초 중앙광장에서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여자 스켈레톤 홍수정을 목말을 태우고 등장했다. 리비뇨 스노파크에서는 스노보드와 스키 선수들이 방방 뛰며 입장했고, 프레다초 스키점프 스타디움에서는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이 눈밭 위에 태극기를 들고 들어섰는데, 이 모습이 연속 장면으로 생중계되면서 연결의 의미를 보여줬다.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했을 때 지지와 연대의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반면 이스라엘 선수단이 등장할 땐 야유가 섞여 나왔고, 미국 선수단 입장 때 산시로를 찾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전광판에 비춰지자 큰 야유가 터져 나왔다. 개최국 이탈리아 선수단이 입장할 땐 산시로에서 극장골이 터진 것처럼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이탈리아 선수단은 아르마니가 디자인한 의상을 입었다.

6일(현지시간)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김종호 기자

산시로는 개회식을 관통하는 단어 ‘아르모니아(Armonia, 조화)’로 뒤덮었다. 5개의 원형 조형물이 공중에서 결합해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기 모형이 완성됐고 황금빛 조명이 터졌다.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 2개 도시, 더 나아가 전세계 모두가 연결되는 걸 의미했다. 우크라이나, 가자, 이란 등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세계가 교류하며 평화를 만들자는 호소처럼 느껴졌다.

아프리카 짐바브웨 출신이자 여성 최초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커스티 코번트리는 “제가 태어난 아프리카에는 우분투(Ubuntu)라는 단어가 있다”고 했다.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의미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의 개회 선언에 이어 이탈리아가 가장 사랑하는 목소리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네순 도르마’를 열창했다. 산시로에 울려 퍼지는 보첼리의 웅장한 목소리는 6만 관중에 전율을 선사했다.

성화는 올림픽 최초로 두 곳에서 동시에 점화됐다. 올림픽 알파인 스키에서 금메달 3개를 딴 데보라 콤파뇨니, 알베르토 톰바가 밀라노의 ‘평화의 아치’에 불을 붙였고, 알파인스키의 소피아 고자가 코르티나담페초의 ‘디보나 광장’ 성화대에 불을 옮겼다.

리허설만 700시간을 준비한 이탈리아가 빚어낸 개회식은 결국 모든 게 하나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걸 보여줬다. 개회식 티켓은 모두 매진됐고 관중 6만1000명이 들어찼다고 발표됐다. 92개국 2900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16개 세부종목 금메달 116개를 두고 경쟁하며, 선수 71명을 파견한 우리나라는 금메달 3개 이상 종합순위 10위 이내 드는게 목표다. 17일간 겨울 드라마가 시작됐다.




박린.김종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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