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비시즌을 조용하게 보냈다. 시끌벅적할 것으로 모두가 예상했지만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FA 시장의 큰 손으로 등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니었다. 특히 유격수 보강을 위해 박찬호를 주시했지만 두산과 4년 80억원 계약하는 것을 지켜만 봤다. 롯데의 FA 시장은 최우선 타깃이었던 박찬호의 두산행으로 사실상 끝났다. 다른 외부 자원들의 영입도 고려했지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았다.
이미 업계에 롯데가 박찬호를 노린다는 소문이 파다했으니, 선수단도 이를 모를리 없었다. 특히 지난해 주전 유격수로 나서면서 101경기 타율 2할8푼7리(331타수 95안타) 5홈런 34타점 39득점 OPS .715의 성적을 기록한 전민재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두산에서 2대3 트레이드로 합류한 이후 전민재는 내야 유틸리티 자원에 더 가까운 평가를 받았지만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전 유격수로 자리 잡았다. 93경기 726⅔이닝 15실책을 범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한 시즌 내내 풀타임 유격수로 자신에 대한 의문의 시선을 조금이나마 거둬들였다.하지만 의문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구단과 김태형 감독은 유격수 보강을 원했다. 전민재보다 더 묵직한 존재감으로 내야진을 이끌 확실한 리더가 필요했다고 판단했다. 그게 박찬호였다.
전민재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지난 가을과 겨울이었다. 그는 “솔직이 (구단이)어떻게 하길 바라지는 않았다. 어떻게 되든 간에 내 운명이겠다 싶었다. (FA를)영입 하게 되면 거기에 맞게 최선을 다해서 또 다른 준비를 하면 되는 것이었다”라면서도 “하지만 영입이 안되면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전민재에게는 하늘이 주신 두 번째 기회가 왔다. “그래서 올해는 준비를 진짜 잘해서 저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 그런 동기부여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는 전민재의 다짐이다.
지난해 전민재는 시즌 초반 4할 타율을 넘나드는 고감도 타격감을 발휘했다. 하지만 헤드샷 사구 이후 페이스가 다소 주춤했고 시즌 후반기에는 내복사근 부상까지 겹쳤다.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고 하지만 규정타석을 소화하지 못했다.그는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체력 저하도 있었고 그 좋은 전반기 페이스를 가지고도 100안타를 치지 못했다는 게 참 많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결국 첫 풀타임 시즌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것. 그는 “그때는 하루하루 살기 바빴다. 매일 체력을 100% 다 썼다. 초반에는 괜찮았다. 하지만 야구는 144경기를 하니까 여름이 되고 전반기 끝나니까 회복이 더뎌지는 게 느껴지더라”고 전했다.
이어 “타격도 갈수록 잘 안됐고 수비도 실수가 나오면 자신감도 떨어졌다. 그래서 더 빨리 잊어야 했는데 그게 좀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풀타임을 처음 치르는 선수들이 흔히 겪는 성장통이었다.
유격수 FA를 보강하지 않았지만, 전민재는 자신을 더 증명해야 하는 위치라고 여기고 있다. 그는 “주전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기회를 먼저 받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한다. 그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준비를 많이 하려고 한다.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이제는 김태형 감독이 원하고 그리고 선수들도 바라는 내야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그는 “내가 내야진의 고참이 됐다는 게 의아하다. 두산에서는 어린 쪽에 속했는데 롯데로 오면서 선수들이 어려지니까 내가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그래도 (고)승민이가 롯데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승민이가 저도 챙기고 내야를 잘 이끌어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작년에는 일단 저 하기 바빴다. 내야의 중심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제 것 하기 바빴다. 이런 부분들까지 신경을 써야 유격수구나, 정말 힘든 포지션이구나를 많이 느꼈다”라며 “그래도 시야적으로 조금 넓어진 것 같고 또 제 옆도 쳐다보면서 함께 해 나가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주장인 전준우는 전민재를 더욱 채찍질 하고 있다. 전준우는 “중간급 선수들이 없어서 제가 나서지 않으면 선수들이 방향을 조금 잘못 잡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최고참이고 내 것만 할 수 없을 것 같더라”면서 “(전)민재가 이적해서 왔지만 제일 잘했으면 좋겠다. 이제 내야의 중심에서, 유격수에서 중심을 잡아줘서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싫은 소리도 많이 한다. 팀에 잘 녹아들어서 너네가 잘 이끌어갔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가 첫 번째 기회였다면, 올해는 두 번째 기회다. 자신감도 생겼고 준비도 철저히 했다. 그는 “작년 전반기에 내 기술로도 1군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부분에서 자신감을 얻었다”며 “지난해 그 느낌을 살려서 비시즌과 캠프 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 저도 올 시즌 기대가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