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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의석’ 넘보는 다카이치 “압승 예측 억울…한표라도 더”

중앙일보

2026.02.07 13:00 2026.02.0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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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5시 반 경 일본 세타가야(世田谷)구 후타코타마가와(二子玉川) 공원. 경찰들의 삼엄한 경비 속에 목도리와 장갑, 두꺼운 겨울옷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빗방울 속에서도 100m 넘게 줄을 서 있다. 8일 치러지는 중의원(하원) 선거를 앞두고 이날 오후 7시부터 열리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마지막 선거 지원 연설을 듣기 위해 일찌감치 나온 시민들이다.

8일 치러지는 중의원(하원)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오후 7시 20분경 일본 세타가야구 후타코타마가와 공원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선거 운동 마감 한시간 전 마지막 지원 연설에 나서고 있다. 김현예 특파원
곳곳에선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한쪽에선 구조대원이 추위 속에서 오랜 시간 줄을 서있는 사람들을 향해 “몸이 안 좋은 분은 말씀해달라. 구급차가 준비돼 있다”고 외쳤다. 짐 검사까지 마치고 연설장으로 들어선 시민들은 차분히 다카이치 총리의 도착을 기다렸다.

이날 유세장에선 ‘다카이치 열풍’으로 불리는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유세장을 홀로 찾아온 60대 여성 미우라씨는 “우리 동네에도 지원 연설을 와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운 곳에서 보게 돼 응원왔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8일 치러지는 중의원(하원)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일본 세타가야구 후타코타마가와 공원에서 열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지원 연설을 듣기 위해 일본 시민들이 추위 속에서도 한시간 반 전부터 줄을 서고 있다. 김현예 특파원
그는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여성 첫 총리인 것도 있지만 여러 정책을 빠르게 실행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기존 정치인과 달라 보인다”고 했다. 그는 “가슴을 쭉 펴고 살 수 있는 일본이 된다는 것은 멋진 일이지 않으냐”며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운동복 차림으로 찾아온 10대 학생은 “투표권은 없지만 자민당을 이끄는 다카이치 총리를 한번 보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인품이 좋아 보이는 이미지로 학교 내에서도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호감도가 있다”면서 “학업 지원 같은 것을 해준다면 기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공식 선거 운동 마감을 한 시간 앞두고, 다카이치 총리가 택한 이곳은 이른바 ‘격전지’. 지난 2024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후보였던 와카미야겐지(若宮健嗣)는 당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 패한 바 있다. 현장에 동행한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오사카 총영사)은 “통상대로라면 도쿄 도심의 번화가에서 총리가 마지막 지원 유세를 하는데, 이번엔 주택이 많은 격전지를 선택한 것이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도쿄도 내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붕대가 감겨있는 다카이치 총리의 오른손. AP=연합뉴스
이날 오후 7시 17분경 다카이치 총리를 태운 차량이 들어서자 시민들은 하나둘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흰 패딩 점퍼 차림의 다카이치 총리가 차량 위에 만들어진 연설대에 올라서자, 이날 현장 취재에 나온 100여명의 보도진은 일제히 플래시를 터트렸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오른손 손가락 마디에 붕대를 감은 모습이었다.

평소 관절 류머티즘을 앓고 있는 그는 중의원 선거 운동에 나서면서 유세 현장서 지지자와 악수를 하다 부상을 입었다고 밝힌 바 있다. 빗방울 속에 등장한 다카이치 총리는 약 1만명의 청중 앞에서 “부디 둘이 나란히 일하게 해달라”며 와카미야 후보의 손을 번쩍 들었다. 지난해 10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뒤 다카이치 총리가 말해 유행어로 선정된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해나갈 것”이라는 말도 보탰다.

그는 “총리가 된 지 3개월 정도 됐다”며 “그런데도 직을 걸고 해산(중의원)을 했다”고 했다. “어떻게든 큰 정책 전환을 해야 하니 먼저 납세자 여러분의 동의를 얻고 심판을 받은 뒤에 성실히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을 강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 자신이 내세우고 있는 금융 완화 정책인 ‘적극 재정’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어제부터 자민당이 압승할지 모른다거나 자민당에 기울어져선 안 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매우 안타깝고 억울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최근 일본 언론들이 막판 선거 판세 조사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하는 것은 물론, 연립 여당인 일본유신회와 함께 ‘개헌 의석(310석)’을 넘본다고 보도한 것을 꺼내든 것이다. 자민당 압승 기대에 따른 ‘반발 심리’를 견제한 발언이다.

이번 총선에 대해 진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첫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 1인 인기로 자민당이 선거를 이끌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압승해 일본 정치사를 새로 쓸 가능성이 있지만 자민당이 지지율이 높은 것이 아닌 만큼 오는 2028년 여름에 치러질 참의원 선거까지 열풍이 이어질지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가 자신의 신임을 걸고 실시하는 이번 선거는 이날 오후 8시까지 이뤄진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지난 중의원 선거보다 26% 늘어난 2000만명 이상이 사전 투표에 참여했다.







김현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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