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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아이가 남 들러리 서냐"…상장 시상식 사라진 졸업식

중앙일보

2026.02.07 13:00 2026.02.0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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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고등학교는 졸업식을 앞두고 성적 우수자 등을 대상으로 별도의 시상식을 열었다. 예년처럼 졸업식 당일 모든 학생 앞에서 상장을 수여하는 방식을 중단했다. 학교 관계자는 “졸업식이 지나치게 길어진다는 의견도 있었고, 모든 학생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일부만 시상하는 데 대한 민원도 많았다”고 전했다.

학교 졸업식에서 학업우수상 등 특정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공개 시상이 사라지는 추세다. 일부 학교는 상장을 졸업식 전날 교실에서 미리 전달하고, 몇몇 학교는 식 직전 수상자들만 따로 불러 전달하곤 한다. 올해 졸업한 중학생 자녀를 둔 서울의 한 학부모는 “우수 졸업자 시상은 수상자들끼리 본 졸업식 전날 따로 교장실에서 진행했다”며 “3년 동안 열심히 한 우리 아이가 단상에 올라 박수받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조금 아쉬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선 이미 ‘1인 1상’이 자리 잡았다. 학생들이 직접 상의 이름을 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모두가 하나씩 상을 받는 형태다. 서울 성동구의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모(41)씨는 “아이가 졸업을 앞두고 담임교사에게 좋아하는 과목 상을 하나 골라보라는 말을 들었다”며 “졸업식 때 수학상, 과학상, 국어상 등을 하나씩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최근 강화하고 있는 포용·평등 교육 기조와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한다. 학생 간 비교, 서열화를 줄이려는 차원이라는 얘기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요즘은 성적 등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는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며 “아이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려는 고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민원을 의식한 현상이기도 하다. 한 고교 교사는 “상장 기준이나 절차를 문제 삼는 학부모의 민원이 많은 데다가 ‘왜 우리 아이가 남의 아이 들러리를 해야 하느냐’는 불만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부모 사이에서도 의견은 갈린다.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졸업식은 졸업생 모두를 위한 자리'라고 말한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42)씨는 “괜히 비교되면서 상처받는 아이들이 생기느니, 모두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졸업식을 마치는 게 좋지 않겠냐”며 “3년간 고생한 모든 아이들을 위한 행사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교생 부모는 “꼭 모두 앞에서 공개적으로 상을 받아야 상의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반면 노력과 성과에 대한 격려가 사라졌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서울 서초구의 고교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열심히 노력한 학생이 눈에 띄지 않는 구조가 되는 건 아쉽다. 3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 칭찬과 격려를 받는 게 비밀스럽게 해야 할 일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일부 학부모들은 “과도한 평등주의” “상을 못 받는 아이 입장에선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 “친구가 졸업식에 상 받는 것도 볼 수 없을 정도로 학교가 각박해졌나” 등의 지적이 나온다.



이후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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