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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시상대 휴대폰 셀카'…국대 뒤에서 후원 퍼붓는 기업들

중앙일보

2026.02.07 13:00 2026.02.0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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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갤럭시 수면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2026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 왼쪽부터 모두 쇼트트랙 부문의 황대헌 선수, 김길리 선수, 최민정 선수. 사진 삼성전자

이른 새벽, 불 꺼진 선수촌 숙소에 나홀로 깨어있는 방들이 있다. 메달을 향한 압박과 긴장, 반복되는 고강도 훈련이 매일매일 겹치다 보면 몸은 녹초가 됐는데 정신은 각성 상태라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 곁에 ‘잠을 연구하는 기술’이 들어온 이유다.

삼성전자는 한국스포츠과학원과 손잡고 선수들의 밤을 데이터로 읽기 시작했다. ‘갤럭시워치’가 기록한 얕은 수면과 깊은 수면, 뒤척인 시간까지 모아 단순히 ‘피로감’이 아닌 ‘수치’로 회복 상태를 짚어내는 방식이다. 승부는 낮에 갈리지만, 컨디션의 대부분은 밤에 만들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평일에는 잠이 모자라 주말에 몰아자던 패턴을 보였던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길리(여·21)선수는 “수면 리듬을 조정한 뒤 몸이 한결 가볍다. 훈련 집중도도 달라질 것 같다”며 “컨디션 관리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올림픽 후원에도 변화가 뚜렷하다. 로고를 노출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선수의 컨디션을 세세히 관리하고, 올림픽의 ‘풍경’까지 바꾸는 지원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파트너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쇼트트랙 최민정·김길리, 스노보드 최가온 선수 등 국가대표 15명을 대상으로 ‘수면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5일 이탈리아 밀라노로 출국해 현지 올림픽 경기 관람과 글로벌 경영 행보에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4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리는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은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약 90개국 3800여명 선수들에게 ‘갤럭시 Z 플립7 올림픽 에디션’도 지급했다. 선수들이 시상대 위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 직접 셀카를 촬영하는 ‘빅토리 셀피’ 프로그램은 이번에도 이어진다. 지난 2024년 파리 올림픽 당시 선수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긴 사진들은 대회를 상징하는 이미지 중 하나로 큰 호응을 얻었다. 당시 이재용 회장도 “갤럭시 Z 플립6 셀피 마케팅이 잘된 것 같아 보람이 있었다”며 만족해했다.

이번에 지급된 갤럭시 스마트폰에는 선수끼리 프로필을 교환할 수 있는 ‘갤럭시 선수 카드’ 기능과 경기 일정·공지사항을 실시간 전달하는 ‘애슬릿365(Athlete365)’ 연동 서비스, 코카콜라 자판기를 무료 이용할 수 있는 ‘인앱 패스’ 등 선수 편의를 지원하는 기능도 대거 담겼다. 안느 소피 부마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마케팅 최고책임자는 “선수들이 기기를 받는 순간 눈빛이 반짝였다”고 전했다.

역도 박혜정 선수가 지난 2024년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6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급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삼성전자 휴대폰으로 빅토리 셀피 찍고 있다. 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한국 임종훈(왼쪽), 신유빈(왼쪽 다섯째)과 은메달을 따낸 북한 리정식(왼쪽 둘째), 김금용(왼쪽 넷째), 금메달리스트 왕추친(왼쪽 셋째), 쑨잉사(오른쪽)가 시상대에서 함께 삼성전자 휴대폰으로 빅토리 셀피를 찍고 있다. 연합뉴스
㈜LG는 스켈레톤과 아이스하키 등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종목을 묵묵히 지원해왔다. 스켈레톤이 낯설던 2015년부터 장비와 국내외 전지훈련을 뒷받침해 온 장기 후원이다. 스켈레톤 썰매 한 대 가격은 약 1500만원으로 1~2년마다 교체해야 한다. 공기저항을 줄이는 특수 유니폼과 해외 전지훈련 비용까지 감안하면 정부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2016년부터 후원해온 아이스하키도 사정은 비슷하다. 자주 부러지는 스틱을 포함해 스케이트와 보호구 등 선수 1인당 장비 비용이 1000만원 안팎에 이른다. 기업 후원이 사실상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계열사인 LG전자는 선수단 훈련 환경 개선에 나섰다. 전술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전자칠판과 이동식 TV ‘스탠바이미’를 비롯해 75인치 TV, 냉장고, 워시타워,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을 지원했다. 장기간 합숙 훈련이 이어지는 점을 고려해 위생 관리와 헬스케어에 도움이 되는 제품 위주로 구성했다. 해당 종목 관계자는 “얇은 선수층과 관심 부족으로 한때 대표팀 유니폼에 스폰서 로고조차 없던 시절도 있었다”며 “기업들의 지원이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6아시아챔피언십(IIHF)에 참가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이 LG로고가 박힌 헬맷을 착용했다. 사진 아시아챔피언십
세계 초일류 기업들이 한데 모여 전방위 후원을 쏟아붓는 데는 효과와 규모 면에서 올림픽에 견줄 만한 홍보의 장이 드물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전 세계 소비자를 동시에 포착할 수 있고, 브랜드 노출 빈도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스포츠라는 공통 언어를 매개로 사회·문화·언어 장벽을 넘어서는 데도 유리하다. 실제 코카콜라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후원을 계기로 경쟁사 펩시콜라와의 미국 내 점유율 격차를 크게 벌렸다.

프랑스 스포츠 브랜드 살로몬의 글로벌 최고 브랜드 책임자 스콧 멜린은 “올림픽은 전 세계 모든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몇 안 되는 미디어 자산이자 기술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 소비가 분산되면서 올림픽의 집중도도 과거보다 낮아졌지만, 전 세계가 동시에 주목하는 상징성과 브랜드 효과는 여전히 대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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