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石洲) 이상룡(李相龍·1858~1932) 선생을 비롯한 독립유공자 20인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 보훈단체는 공적 재심사 추진단을 꾸려 활동에 나섰고, 옛 선비들이 나라에 청원을 올리던 만인소(萬人疏) 방식으로 서명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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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독립운동가들 재평가해야”
지역사회와 학계,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대한민국 독립운동에 기여한 공이 큰 운동가들이 그 위상에 비해 현재 포상 등급이 지나치게 낮게 머물고 있어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이상룡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최고 지도자인 국무령(대통령급)을 역임한 인물인데도 현재 포상 등급은 독립장(3등급)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건국훈장은 1등급 대한민국장, 2등급 대통령장, 3등급 독립장, 4등급 애국장, 5등급 애족장 등 5등급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서훈 1등급에는 김구·안창호·안중근·여운형 등 30명이, 서훈 2등급에는 신채호·신돌석·이은찬 등 93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를 토대로 일부 독립운동가들의 포상 등급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상룡 선생 가문 종손(宗孫)인 이창수씨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반 8명 중 1등급으로 서훈된 사람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 등 2명뿐이다. 헌법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선생이 3등급에 서훈돼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제8차 영남만인소 집행위원회’(이하 위원회)는 독립운동 지도급 인사 등 20명에 대한 서훈 재평가, 상훈법 개정, 미서훈 독립운동가 포상을 국가에 요청하는 국민 서명 운동에 나섰다. 만인소는 다수의 선비가 이름을 올려 나라에 뜻을 전하던 집단 청원 방식으로, 영남만인소는 1792년 사도세자 추존을 요구하며 영남 유생들이 상소를 올린 데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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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소’ 형태로 청와대 청원 예정
위원회는 ‘영남만인소 추진 취지문’을 통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서훈은 아직 온전히 바로잡히지 못한 채 남아 있다. 이는 과거의 평가를 단순히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의, 그리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국가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1만 명을 목표로 온라인과 현장에서 서명을 받고 있다. 온라인 서명은 구글 설문지를 통해 할 수 있다. 오는 10일에는 경북 안동 지역 청년유도회와 영남 유림 등 300여 명이 서울 광화문에 집결,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현장에서 만인소 원본을 청와대에 제출하고 표지 사본과 요약본을 국가보훈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에 전달할 계획이다.
경북호국보훈재단은 지난달 27일 이상룡 선생의 독립운동 공적에 대한 체계적인 재검증을 위해 ‘독립유공자 공적 재심사 추진단’을 구성했다. 오는 8월까지 기존 공적 심사자료 분석과 추가 사료 발굴, 학술 연구와 보고서 작성, 유관기관 협력 체계 구축, 공적 재심사 신청서를 문서화할 예정이다.
한희원 경북호국보훈재단 대표이사는 “독립유공자 공적 재심사는 특정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상훈제도의 신뢰와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과정”이라며 “재단은 지역 독립운동 연구의 거점 기관으로서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공적 검증의 책임을 다하고 투명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