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잘 지내고 있지? 너무 그립고 보고싶다. 형이 결혼하고 아들 쌍둥이를 가졌는데 벌써 출산할 때가 됐네. 너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슴이 아프다."
지난해 4월 의사자 A군의 어머니는 보건복지부 '의사자(義死者) 추모관'에 이 같은 글을 남겼다. A군은 2013년 7월 서울 여의도 유람선 선착장 인근 한강에서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7세였다.
사고가 발생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어머니의 시간은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는 듯 했다. 어머니는 추모관을 찾아 아들에게 말을 종종 건넨다. "네가 어렸을 때로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봤는데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안타깝다", "며칠 전에 엄마 꿈에 나타나 줘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어머니가 남긴 글 가운데 절절하지 않은 글은 없다. 어머니는 "하루도 너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다"며 아들을 그리워했다.
━
의사자 사이버 추모관 아시나요…日 18명만 찾아
의사상자는 직무 외의 행위로 위해(危害)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등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를 하다가 숨지거나(의사자) 다친(의상자) 사람을 뜻한다. 복지부는 의사자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2022년 7월 사이버 추모관을 열었다.
현재 추모관에는 의사자 172명이 등록돼있다. 전체 의사자 550명 가운데 약 31%에 해당한다. 정부는 의사자에 대한 예우를 위해 의사자 유족에게 보상금·장제보호·의료급여 등을 지원한다.
추모관에 이름을 올린 의사자 중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의사자도 적지 않다. 1987년 B양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남학생의 손을 붙잡아 끝내 구해냈지만, 자신은 물살에 휩쓸려 숨졌다. B양의 나이는 불과 열 살이었다. 2004년에 사망한 C군(사망 당시 11세)은 전북 김제시에서 물웅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친구들을 보고 뛰어들어 바깥쪽으로 밀어내 구조했으나 정작 본인은 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최연소 의사자는 D군으로, 당시 9세였던 그는 98년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다 목숨을 잃었다.
추모관의 의사자 가운데에는 비교적 잘 알려진 인물도 있다. 2001년 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수현씨, 2018년 진료 중 환자가 흉기를 꺼내자 주변에 위험을 알리다 흉기에 찔려 사망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2년 경기도 이천시의 한 의원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투석 중인 환자들의 대피를 돕다 숨진 고(故) 현은경 간호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사이버 의사자 추모관을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온라인에서 분향과 헌화, 추모 글쓰기가 가능하지만, 대다수 의사자에게 단 하나의 추모 글도 남겨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의사자 추모관의 하루 평균 방문자는 18.3명에 그친다.
김덕민 한국의사상자협회 이사장은 "의사상자법이 만들어진 지 55년이 넘었지만,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의사자 대부분이 제대로 기억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자 유족은 '목숨으로 장사한다'는 편견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의사자 유족으로서 제대로 된 예우를 받는 가족은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이들이 숨죽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상자 지원 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상황"이라며 "지자체 안내 강화와 홍보물 제작 등을 통해 홍보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