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와 패션에서 독보적 시장을 만들어 온 CJ올리브영과 무신사가 새로운 성장 전략을 들였다. 특정 품목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해온 ‘카테고리 킬러’ 모델에서 벗어나 고객의 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웰니스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하고 있다. 이는 성숙기에 접어든 주력 사업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모델 찾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특정 카테고리를 깊게 파고드는 전문성이 성장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생활 패턴을 읽고 이를 구매로 연결하는 개인화 큐레이션 역량이 경쟁의 본질이 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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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정교한 건강관리’로 K-웰니스 시장 선점
올리브영은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키워드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핵심 거점은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에 문을 연 웰니스 큐레이팅 매장 올리브베러 1호점이다. 429.75㎡(130평) 규모의 복층 매장에는 500여개 브랜드가 들어섰다. 영양제·차(茶)·수면 및 스트레스 관리 제품 등 웰니스 전반을 아우르는 상품 3000여개를 선보이고 있다.
입지 선택 역시 전략적이다. 2030 직장인이 밀집한 광화문 오피스 상권은 요가·필라테스 스튜디오, 건강 지향 식음료(F&B) 매장이 모인 지역이다. 올리브영은 구매력이 있는 직장인의 일상 동선에 매장을 배치해 웰니스 소비와 생활 루틴의 연결성을 강조했다.
이런 행보의 배경에는 데이터 분석이 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웰니스 카테고리 매출은 2016년 대비 약 9배(890%) 증가했다. 아로마테라피 등 휴식 관련 상품군은 같은 기간 18배(1891%) 이상 뛰었다. 유영환 올리브영 데이터인텔리전스팀장은 “웰니스는 전통적인 헬스케어 영역을 넘어 내면과 외면을 아우르는 분야로 진화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멀티비타민 하나로 건강을 관리했다면, 이제는 수면력·기억력 등 목적에 따라 제품을 세분화해 선택하는 정교한 건강관리가 일상화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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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29CM, ‘디깅 소비’ 기반 라이프스타일 확장
무신사는 라이프스타일 확장을 더 이른 시점부터 준비했다. 2021년 취향 큐레이션 플랫폼 29CM를 인수하며 패션 중심 탈피를 선언했다. 29CM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두고 있다. 이후 리빙·디자인·푸드 등 취향 기반 카테고리로 사업 영역을 단계적으로 넓혀왔다.
지난해 문을 연 오프라인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이구홈(29CM HOME) 성수는 오픈 6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은 62만명을 기록했다. 카테고리별 거래액 비중은 키친(26%)이 가장 높았고, 패션·잡화(24%), 스테이셔너리(18%)가 뒤를 이었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일상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디깅(Digging·몰입) 소비를 공략한 결과라는 평가다.
외형 확장도 이어졌다. 올리브베러와 같은 날 문을 연 이구홈 성수 2호점은 매장 규모를 두 배(약 169평)로 키웠다. 실제 주거 공간을 재현한 매장 구성으로 체험 요소를 강화했다 반려 동물 용품과 건강 지향 식품까지 상품군을 6700여 종으로 확대했다. 푸드와 반려 동물 용품 카테고리는 29CM 앱에서 전년 대비 거래액이 각각 60%, 30% 늘며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9CM 관계자는 “고객이 자신만의 주거 취향을 발견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스타일 가이드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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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에서 구매로…‘고객의 24시간’을 둘러싼 경쟁
업계에선 두 플랫폼의 전략에 공통점이 있다고 본다. 고객의 24시간 점유라는 공통적인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거다. 실제로 슬립웨어(파자마), 프리미엄 식재료, 감도 높은 리빙 소품 등 일부 브랜드는 올리브영과 무신사 양쪽에 입점했다. 이는 서로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한 두 플랫폼이 2030 여성을 중심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시장에서 경합하고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온·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전략 역시 닮았다.
전문가들은 두 플랫폼의 전략이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닌 소비자 취향 고도화에 대응한 구조적 전환으로 평가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리브영은 웰니스를 통해 고객 저변을 넓히고, 무신사는 일상 속 취향과 개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며 “두 기업 모두 본업에서 축적한 큐레이션 노하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