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조합의 환불 보장 약정이 무효라고 해도, 주택건설 사업이 정상 진행되고 있다면 분담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역주택조합 가입자 A씨가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되돌려보냈다.
원고 A씨는 2021년 4월 대전 동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에 가입했다. 이때 A씨는 조합으로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조합 설립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납부금 전액을 환불한다”는 약정을 받았다. A씨는 분담금으로 총 1억 340만원을 냈다.
조합은 약정 기한 전인 2021년 10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그런데 A씨는 마음을 바꿔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약정상의 ‘환불보장’ 내용은 총회의 결의를 얻지 않아 무효이므로, 계약 전부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계약이 무효이므로 조합에 납부한 분담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1·2심에서는 A씨가 승소했다. 법원은 환불보장 약정은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무효라고 봤다. 결과적으로 제때 인가가 나오긴 했지만, 사업이 지연됐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있었다는 걸 고려하면 조합은 약정이 무효임을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고 봤다. 이같은 이유로 A씨가 계약 취소를 구하는 것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의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모순행위”라고 봤다. A씨가 조합설립 인가가 난 2021년 10월 이후에도 분담금을 계속 납부한 점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조합으로서는 A씨가 환불이 가능한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조합가입계약 유지를 원한다고 믿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피고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A씨에게 분담금을 돌려주면 피해를 다른 조합원들이 본다는 점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A씨에게 분담금을 반환해 조합의 재원이 부족해지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며 “A씨의 모순된 태도로 조합원들이 손해를 부담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거나 정의관념에 비춰 용인될 수 없는 결과”라고 했다. 대법원은 양측 약정이 무효인 건 맞다면서도, A씨의 행동을 고려하면 이를 이유로 분담금을 돌려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