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제원이 내 추천을 하나도 안 들어줘. 장관 후보자 몇 명을 추천했는데 아예 반영이 안 됐어. 법무부랑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는 나도 발표 때까지 모르고 있었어. 너무 속상해서 이젠 아예 추천도 하지 않을 생각이야.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한탄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의 작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2022년 4월 무렵 그에게 인사 민원 청탁을 해온 정치인들이 그 한탄을 들었다. 그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인사 민원을 피하기 위한 연막이라고 의심했다. 그러나 그 말은 진실에 가까웠다.
그 무렵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자”며 의기투합했던 ‘윤핵관 도원결의’는 밑동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실질적인 인사와 정무의 문을 틀어쥐면서 다른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서 시기와 견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실제 당시 장제원은 힘이 셌다. 대선 승리 직후부터 윤석열 당선인은 물론이고 김건희 여사의 신뢰까지 확보하면서 초기 권력 지도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단단히 마련했다. (이하 경칭 생략)
그런데 윤석열은 그렇다 치고 김건희? 장제원은 어떻게 김건희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을까?
「
김건희의 기묘한 ‘코바나 면접’, 그리고 장제원의 기막힌 답변
」
2021년 7월의 어느 날, 정치권의 공기는 당시 날씨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올랐다. 윤석열이 검찰총장 직을 던지고 ‘정치인 윤석열’로 변모하던 시기, 대외적으론 그가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할지 아니면 제3지대에서 중도 세력을 규합해 ‘빅텐트’를 칠지를 두고 연일 추측성 보도가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안개 자욱한 외부의 시선과 달리,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내부의 결론은 이미 한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윤석열의 정치 플랜을 설계하고 실행할 극소수의 ‘헤드’들이 소집된 것이다. 윤석열 캠프 초기 구성 과정에 관여했던 A는 그 자리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참석자 중엔 국민의힘 권성동ㆍ장제원 의원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의 존재 자체가 이미 윤석열의 행선지가 ‘국민의힘’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강력한 방증이었다. 회의의 핵심 주제는 단 하나,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입당해야 파급력을 극대화해 대세론을 굳힐 수 있을 것인가’였다.
헤드들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가던 그때, 한 참석자가 무릎을 탁 칠만한 제안을 내놨다.
" 이준석 대표가 조만간 택시 면허 교육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윤 총장님이 지방 일정을 수행할 때, 이준석이 운전하는 택시에 자연스럽게 올라타는 그림을 연출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파격적이고 신선할 겁니다. "
당시 ‘0선’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세대교체 바람을 타고 주호영ㆍ나경원 등 쟁쟁한 중진을 꺾으며 당 대표에 선출되는 이변을 일으킨 상태였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2030 청년들의 지지는 독보적이었고, 윤석열 역시 그 표심을 갈구하고 있었다. 이준석과의 결합은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는 격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윤석열을 비롯한 핵심 인사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들은 단호한 어조로 “준석이는 안 돼”라고 입을 모았다. 향후 2년 넘게 이어질 윤석열과 이준석의 길고 지난한 갈등을 예고하는 서곡과도 같았다.
회의가 한창 열기를 띠어갈 무렵, 사무실 문이 빼꼼히 열리며 한 중년 여성이 걸어 들어왔다. 김건희였다. A는 내심 ‘잠시 인사나 하고 나가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인사만 하고 지나가는 손님이 아니었다. 김건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회의 테이블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러더니 급기야 면접관이 피면접자를 대하듯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A가 첫 화살을 받았다. 그는 김건희의 질문을 받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자리에서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질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