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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계열사 누락’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 검찰 고발

중앙일보

2026.02.0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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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심사에 필요한 계열사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다. 공정위는 김 회장이 신고하지 않은 비영리재단과 산하 기업들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활용된 ‘위장 계열사’였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로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공정위는 김 회장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동곡사회복지재단과 그 산하 회사 15개사를 소속 현황에서 누락한 사실을 적발해 고발을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대기업은 매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심사 때 동일인(그룹 총수)을 중심으로 한 계열사 현황을 제출해야 하는데, 계열사로 편입될 경우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공시 등 각종 기업집단 규제 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김 회장이 최소 2010년부터 동곡사회복지재단과 산하 회사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며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 추구를 위해 활용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재단과 산하 회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진 않다. 하지만 공정위는 인사 개입과 자금 운용 등 제반 정황을 근거로 지분율이 아닌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계열 관계를 인정했다. 지분이 아닌 동일인 측의 실질적 지배력을 근거로 계열 관계를 판단한 첫 사례다.

공정위는 신고에서 누락된 재단과 산하 기업들이 DB그룹 지배구조상 핵심인 DB Inc와 핵심 계열사 DB하이텍의 지분율 유지와 경영권 방어에 주로 활용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DB하이텍은 내부 지분율이 23.9%로 낮아 경영권 공격에 취약한 상태였다. 재단 산하기업들은 회장에게 220억원을 대여한 뒤 이를 상환받고, 다시 동일한 금액으로 DB하이텍 지분을 취득하는 등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뒷받침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금융계열사 대출을 받아 DB 소속사의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유상증자에 참여해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모든 거래 검토에서 가장 고려된 요소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ㆍ확대와 사익 추구였고, 재단회사들은 그야말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시자료 누락에 대한 검찰 고발 여부는 위반 행위에 대한 인식 가능성과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공정위는 허위 제출의 고의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재단회사들이 총수 일가가 필요할 때마다 자금 조달과 지분 확보 등에 수시로 동원돼 온 데다, 김 회장에게 직접 자금을 대여한 사례까지 확인된 점을 고려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단 고위직 인사, 지배구조, 경영권 방어 등 주요 사안은 김 회장이 직접 결정ㆍ승인하거나 보고받은 사안이라고 내부 문서에도 적시돼 있다”며 “DB 측은 재단과 재단회사들을 매우 장기간 은폐하면서 그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규제를 면탈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해당 재단과 산하 회사들에 대한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않았던 탓에, 기존의 ‘지분율 요건’으로는 계열사 판단이 어려웠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의 계열 관계 판단에 있어 일반적인 지분율 요건이 아니라 동일인 측의 지배적인 영향력 행사 여부를 다수의 객관적 증거와 거래 관계, 구체적인 정황을 종합해 입증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기업집단 심사에 필요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DB 측은 “공정위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 조사 과정에서 회사의 입장을 최대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안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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