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무대를 불과 열흘 앞두고 왼쪽 무릎 십자인대를 다친 ‘스키 여제’ 린지 본(42·미국)이 마지막 연습 레이스를 3위로 마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는 8일 오후 7시30분(한국시간)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 결승에 출전해 메달 도전에 나선다.
본은 공식 경기를 앞두고 7일 토파네 알파인스키 센터에서 열린 여자 활강 마지막 공식 연습 주행에서 1분38초28을 기록해 3위에 올랐다. 1위 브리지 존슨(미국·1분37초91)과는 불과 0.37초 차이다. 결승선을 통과한 후 본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카메라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본은 전날 열린 연습 첫날 주행에서도 1분40초33으로 완주했다. 첫날 연습 주행에는 47명이 출전해 43명이 완주했다. 본의 첫날 기록은 11위 였다. 마지막 연습 주행 땐 기상 악화로 21명만 나섰지만 본은 이틀 연속 연습 주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본은 올림픽 직전인 지난달 30일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여자 알파인스키 활강 경기 도중 점프 후 착지 과정에서 넘어져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ACL)를 다쳤다. 이탈리아 도착 이후 3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본은 “전방 십자인대가 완전히 파열됐다. 전방 십자인대 파열 시 흔히 발생하는 골타박상과 반월상연골 손상도 있다”면서도 “가능성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출전 강행의사를 밝혔다.
이번 연습 주행을 마친 뒤, 본의 코치인 악셀 룬드 스빈달(노르웨이)은 ”(본이) 오늘 연습해야 본 경기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했다. 의무진도 반대하지 않았다"며 "본은 매우 차분했다. 무릎과 관련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스키 얘기만 했다"고 했다. 이어 스빈달은 "나도 (무릎에 대해) 굳이 묻지 않았다. 그게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본의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설명했다.
본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알파인스키 활강 금메달리스트다. 2018년 평창에선 동메달을 딴 뒤 2019년 은퇴했으나, 2024~2025시즌 현역으로 전격 복귀해 이번 올림픽을 준비해왔다. 이번 시즌엔 월드컵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기대를 높였다. 올림픽을 앞두고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악재를 만났지만 42살의 ‘스키 여제’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통상 운동 선수들은 십자인대 파열 부상에 약 1년 정도의 회복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열흘 안팎 만에 이뤄진 그의 복귀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메달을 딴다면 동계 올림픽 역대 최고령 알파인스키 메달리스트로 역사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