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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다시 뛰기까지의 24시간…1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중앙일보

2026.02.0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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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을 타러 간 아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로 돌아왔다. 청천벽력이지만 심장이 뛰는 모습을 보며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런데 의사와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는 여전히 살아 숨쉬는 듯한 아들의 심장을 타인에게 기부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히기'에서 1인 16역을 해낸 김지현 배우. 사진 프로젝트그룹 일다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19세 청년 시몽의 심장이 시몽의 몸에서 떠나 51세 여성 끌레르의 몸에 이식돼 새롭게 박동하는 데까지의 24시간을 따라간다.

심장이 한 사람으로부터 타인으로 옮겨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천차만별의 입장을 가진 여러 사람을 거쳐 간다. 삶을 누구보다 사랑하던 아들의 심장을, 더구나 뇌는 멈췄다고 하지만 여전히 쿵쿵 뛰는 그 심장을 부모는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반면 장기 기증 코디네이터와 곧 이식 수술을 해야 하는 의사들은 심장과 시간 싸움을 벌여야 한다.

시몽의 심장을 처음 만나는 구조대원부터 시몽과 풋풋한 사랑을 이어가던 여자 친구는 물론, 장기가 적출된 시몽의 몸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는 신출내기 레지던트에게도 심장 이식은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 작품은 1인극이다. 심장을 둘러싼 여러 사람의 입장과 감정을 배우 혼자 오롯이 표현한다. 지난달 30일 공연에서 김지현은 심장 맥박의 흐름을 전하는 심전도 그래프와 같은 역할을 하는 서술자를 포함해 1인 16역의 연기를 해냈다.

감정을 억누른 채 아들을 잃은 부부에게 장기 이식 과정을 설명하는 코디네이터의 차분함과 냉정함, ‘있을 법하지 않은 우연의 장난’으로 심장을 이어받아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끌레르의 복잡미묘한 심경을 설득력 있게 관객에게 전한다.

냉철한 의사의 표정을 짓다가는 어느새 사랑에 빠진 청년의 해맑은 얼굴을 드러낸다. 무거운 주제에도 객석에서 틈틈이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응급 수술실에서 메스를 쥔 의사처럼 재빠르고 섬세한 손짓으로 그려낸 심장 이식 수술 장면은 압권이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19세 소년의 몸에서 51세 여성으로 심장이 옮겨지는 24시간의 이야기를 그렸다. 사진 프로젝트그룹 일다

작은 테이블과 의자 하나가 단 한명 뿐인 배우를 돕는 무대는 단출하지만 비워져 있지 않다. 감각적인 조명과 빛, 음향 등이 정교하게 맞물린다.

프랑스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2015년 프랑스에서 연극으로 초연됐고, 이듬해에는 영화로 제작됐다. 한국에선 민새롬 연출이 각색해 지난 2019년 처음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다섯 번째 시즌이다. 매 시즌마다 객석 점유율 85% 이상을 기록하며 1인극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관객은 “1인극이라 지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100분이라는 시간이 순삭(순간 삭제)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후 ‘나라면,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물음이 여운과 함께 남는다. 초연부터 이 공연에 참여한 손상규, 윤나무와 2022년 삼연부터 합류한 김신록, 김지현이 이번 시즌 관객을 만난다. 공연은 다음 달 8일까지 이어진다.



하남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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