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향후 5년간의 대내외 정책 노선을 결정하는 제9차 노동당 대회를 2월 하순에 개최한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에서 경제·국방 등 주요 부문의 주요 정책 노선은 물론 대미·대남 관련 기조도 밝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 하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7차 정치국 회의가 2월 7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정치국은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를 2026년 2월 하순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개회할 데 대한 결정서를 전원 찬성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은 구체적인 개최 날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2월 하순은 당초 유력시됐던 2월 초중순보다는 다소 늦은 시점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의 최대 역점 사업인 '지방발전 20×10 정책'의 가시적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치밀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정치국은 이날 9차 당대회 대표자 자격 및 집행부·주석단·서기부 구성안 심의, 일정, 당대회에 제기될 문건 등의 안건도 토의·가결했다. 김정은은 "당대회 준비위원회의 해당 분과들이 당대회 준비사업을 각방으로 실속있게 추진해 온 데 대하여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당대회의 성과적 보장을 위한 원칙적 문제들과 세부적인 과업을 제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노동당 내 핵심 권력 기구인 정치국 회의를 통해 9차 당대회 개최를 위한 실무적인 절차를 사실상 완료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가 체제'인 북한에서 당 대회는 국정운영의 방향과 주요 정책 노선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 결정 기구다. 1946년 8월 1차 당 대회 이후 2021년 1월 8차까지 8차례 열렸다.
김정은은 집권 기간 단 한 차례도 당대회를 열지 않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6차 당대회가 열린 1980년 이후 36년 만인 2016년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열었다. 이후 5년 주기의 당 대회 개최가 정착되는 모습이다.
이번 9차 당대회는 김정은이 경제 실패를 이례적으로 자인했던 8차 당대회와 달리 최대한 많은, 가시적인 성과와 승리를 선언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잇달아 진행하고 있는 '지방발전 20×10정책' 관련 준공식도 성과 기반의 정당성을 확보한 채 당대회를 시작하려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반영된 움직임이란 지적이다.
임을출 교수는 "8차 당대회가 '정비와 보강'이라는 방어적 성격이었다면, 9차 당대회의 경우 핵무력 완성과 '지방발전 20×10' 정책의 가시적 성과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며 "이는 김정은의 리더십이 실질적인 인민의 삶을 바꾸고 있다는 강력한 선전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대외·대남 노선에 대한 김정은의 언급도 관심거리다. 특히 향후 5년은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임기(2025~2029년)에 걸쳐 있는 만큼 김정은이 직접 북·미 대화의 조건을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해 9월 "비핵화의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에 기초해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대남 노선과 관련해선 '적대적 두 국가 관계'와 관련한 추가적인 조치 사항이 있을 수 있다.
일각에선 이번 9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을 주석으로 추대하는 절차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는 북한이 9차 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를 거쳐 김정은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주석" 직책을 공식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와 관련, 임을출 교수는 "김정은의 주석직 추대를 예단하긴 어렵다"면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된다면 정치적 결정은 당대회에서 진행하고 법적인 근거는 최고인민회의에서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