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체조 성인 국가대표 A씨가 중학생 후배 여자 선수를 성희롱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관련 내용을 먼저 파악한 대한체육회는 A씨의 선수 자격을 2년 정지하는 징계를 확정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2차 피해'까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북부경찰서는 체조 국가대표 출신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대한체조협회는 A씨가 중학생 선수인 B양을 성희롱한 사실을 확인하고 자격정지 2년의 징계를 내렸다. A씨와 B씨 측 모두 징계 수위에 불복해 재심의를 신청했지만, 지난해 12월 대한체육회는 체조협회의 기존 결정을 유지하기로 결론지었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대한체조협회 징계 결정서와 B양의 경찰 진술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B양에게 수차례 성적인 개인 메시지(DM)를 보냈다. A씨는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생활하던 지난 2024년 10월 B양에게 ‘씻을 때 영상통화를 하자’라거나 ‘키스보다 심한 것 해줄게’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송했다. A씨는 또 B양에게 ‘오빠랑 연락하는 건 비밀이야’라고 함구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B양이 A씨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연락을 거부하자 A씨는 선수촌의 주변 남자 선수들에게 B양에게 A씨를 용서해 달라 종용했다고 한다. B양은 선수촌 생활에서의 불이익과 주변으로부터의 부정적 인식을 받을까 봐 걱정해서 최근까지도 가족에게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다. 2차 피해를 우려한 B양 측은 결국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체조협회는 자체 조사에서 A씨가 최소 4명의 여자 선수에게 성적인 내용의 언행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체조협회 내부 관계자는 “다른 미성년 여자 선수에게도 성적 발언 일삼았지만 유독 피해 선수에게 심했다”고 밝혔다.
A씨가 받은 2년 선수 자격정지가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체조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성희롱 등 행위’에 대한 징계는 3개월 이상 3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내릴 수 있다. 다만 ‘성폭력(성추행, 성희롱 등 행위 중 매우 중대한 경우 포함)’ 행위 중 ‘다수 피해자 대상’으로 ‘피해자가 미성년인 경우’엔 제명까지 가능하게 돼 있다. 대한체육회 측은 “A씨의 행위가 ‘매우 중대한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인정되지 않아서 ‘성희롱’에 대한 징계가 적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의 자격정지는 2027년 9월 종료될 예정이다. 징계가 끝나면 A씨는 2028년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출전도 가능하다. B양 측은 A씨의 자격정지가 끝난 뒤에도 B양은 여전히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향후 청소년기 선수 생활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B양 측에 따르면 이미 2차 피해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A씨는 징계가 확정되기 전인 지난해 8월까지도 B양이 출전하는 같은 대회에 나가는 등 운동을 이어갔다고 한다. 당시 대회장에서 B양의 학교 지도자가 A씨 소속팀에 항의했지만, A씨 팀에서 경기를 강행해 결국 A씨는 B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앙일보는 A씨의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