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국의 고액 자산가 해외 유출이 급증했다는 대한상의 보도자료 논란과 관련해 재발 방지를 지시했다. 해당 자료의 신뢰성을 둘러싸고 국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의 반박도 이어지고 있다.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내부 보고에서 “책임 있는 기관인 만큼 데이터를 보다 면밀히 챙겼어야 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대한상의는 지난 7일 외부 통계를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문을 냈다.
국세청은 이날 실제 행정 통계를 들어 ‘고액 자산가 대규모 탈출’ 주장에 선을 그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22~2024년 최근 3년간 해외 이주 신고 인원은 연평균 2904명이지만, 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는 연평균 139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해외 이주 관련 자금출처확인서 제출자는 472명이었고, 이 가운데 10억원 이상을 송금한 경우는 161명에 그쳤다.
임 청장은 상속세 부담으로 부자의 해외 이주가 급증했다는 주장 역시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해외 이주자 2904명 가운데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이동한 비율은 39%였으나, 자산 1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로 한정하면 해당 비율은 25%로 오히려 더 낮았다.
정부 차원의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한상의가 사실 확인조차 되지 않은 정보를 유통해 국민과 시장, 정부 정책 전반에 심각한 혼선을 초래했다”며 “사실 검증 없는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보도자료 작성·배포 경위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관계기관 및 주요 경제단체와 협력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구조 자체를 차단할 제도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향후 행정 조치 가능성도 시사했다.
앞서 대한상의는 지난 3일 영국 이민 컨설팅업체 헨리앤파트너스의 추정을 인용해 지난해 한국을 떠난 고액 자산가가 2400명으로 전년 대비 두 배 늘었고, 상속세 부담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통계의 신뢰성과 인과관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이재명 대통령도 해당 보도자료를 두고 ‘고의적 가짜뉴스’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