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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스키점프 역사를 계속 바꾸는 '인간새 가족'

중앙일보

2026.02.07 23:00 2026.02.0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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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남2녀 중 첫째인 페테르 프레브츠(오른쪽)가 어린 시절 동생 체네, 니카, 도멘(왼쪽부터)에게 착지 자세를 훈련시키는 모습. 세계 스키점프계에서는 이 한 컷의 사진이 '전설의 시작'으로 회자된다. [사진 X 캡처]

스키점프 선수들은 서로 용기를 북돋울 때 “너는 결국 플라니차에 갈 거야”라고 말한다. 슬로베니아 플라니차는 매 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스키점프 월드컵 최종전은 열리는 곳이다. ‘스키점프의 성지(聖地)’로도 불리는 플라니차는 인류가 처음으로 비행거리 200m(1994년)와 250m(2015년)를 돌파한 곳이다. 또 플라잉 힐(비행거리 200m 이상) 점프대가 태어난 곳이다. 플라니차 출신 ‘스키점프 명가(名家)’가 종목 역사를 또 한 번 새로 썼다.

슬로베니아의 니카 프레브츠가 8일(한국시간)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여자 노말힐 결선에서 비행하고 있다. 그는 은메달을 차지했다. [AP=연합뉴스]

슬로베니아의 니카 프레브츠(21)는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발디피엠메의 프레다초 스키점프장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여자 개인전 노멀힐 결선에서 합계 266.2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니카는 현 여자 세계 1위인데, 4위 안나 오딘 스트룀(노르웨이)에게 1.1점 차로 금메달을 내줬다. 그래도 메달 획득 자체가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다. 프레브츠 가족의 여섯 번째 올림픽 메달이기 때문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여자 노말힐 은메달리스트인 슬로베니아의 니카 프레브츠가 시상식에서 활짝 웃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니카에게는 3명의 오빠(페테르, 체네, 도멘)와 여동생(에마)이 있다. 남매 중 첫째인 페테르(34)는 2015년 인류 최초로 250m를 비행한 전설적인 스키점프 선수다. 2014 소치 은·동메달, 2022 베이징 금·은메달 등 올림픽에서 4개의 메달을 따냈다. 그는 2024년 “점프대에서 내려올 때 더는 두려움이 아닌 안도감이 느껴진다”며 은퇴했다. 둘째인 체네(30)는 학업과 운동을 병행했다. 대학에서 전기공학과 지리학을 공부하며 선수로 뛰었다. 2022 베이징에서 올림픽 은메달을 딴 뒤 전성기가 오기도 전인 26살에 은퇴했다. 셋째인 도멘(27)은 스키점프 세계기록 보유자이자 현 남자 세계 1위다. 그는 지난해 3월 플라니차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전에서 254.5m를 날아 기록을 수립했다. 별명부터 ‘비행가(flyer)’다.

슬로베니아의 니카 프레브츠가 8일(한국시간)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여자 노말힐 결선에서 비행하고 있다. 그는 은메달을 차지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남매가 스키점프에 입문한 게 된 건 아버지(보지다르 프레브츠) 영향이 크다. 가구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국제심판으로 스키점프계에서 활동했다. 자연스레 자녀들을 스키점프장으로 이끌었다. 페테르가 가장 먼저 선수로 입문했다. 처음에는 집 근처 스몰 힐(비행거리 25m)에서 훈련했다. 어린 시절 페테르가 거실 소파에 동생들을 올려 놓고 착지 자세를 훈련시키는 사진 한 컷은 세계 스키점프계에서는 ‘전설의 시작’으로 회자된다.

공동기수인 니카와 도멘 프레브츠 남매(맨앞 왼쪽부터)가 앞장선 가운데 7일(한국시간)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슬로베니아 선수단이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올림픽에서 도멘은 세부 종목 4개(노멀힐·라지힐·혼성단체·수퍼팀)에, 니카는 3개(노멀힐·라지힐·혼성단체)에 각각 출전한다. 지난 7일 개막식 당시 슬로베니아 선수단 공동기수로 나섰던 도멘과 니카가 혼성단체에서 금메달을 합작할지도 스키점프계에서는 큰 관심사다. 니카는 이번 대회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인터뷰에서 “말이 아닌 결과로 보여줘라(No talking, do the work)”라는 좌우명을 소개하며 “오빠들의 발자취를 따르는 게 내 운명”이라고 말했다.

장혜수 스포츠선임기자



장혜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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