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상속세 때문에 고액 자산가의 해외 이탈이 급증했다”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보도자료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지적하자 대한상의는 곧바로 공식 사과문을 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사익 도모와 정부정책 공격을 위해 가짜뉴스를 생산해 유포하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더구나 법률에 의한 공식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런 짓을 공개적으로 벌인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권자 국민의 판단을 흐리려는 고의적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대한상의 자료는 지난 3일 배포됐다. 대한상의는 ‘상속세수 전망분석 및 납부방식 다양화 효과 연구’ 보도자료에서 영국의 이민 컨설팅사 ‘헨리앤파트너스’(H&P)의 지난해 6월 자료를 인용해 “한국 고액자산가 순유출 잠정치는 2024년 1200명에서 2025년 2400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50~60%에 달하는 상속세가 자본의 해외 이탈을 가속화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대한상의 관계자 발언도 담았다.
문제는 H&P 자료가 논란에 휩싸여 있었다는 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현지 언론들은 지난해 6~7월 해당 자료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H&P 자료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1인 기업 뉴월드웰스(NWW)가 SNS ‘링크드인’ 데이터를 분석한 걸 활용했고, 이마저도 수동 입력·조작(inputted or adjusted manually)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H&P는 한국의 고액자산가 순유출 이유에 대해서도 ‘최근 경제·정치적 불안정 상황’만을 배경으로 지목했다. 이와 관련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상속세 얘기는 단 한마디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고위 인사도 가세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7일 “가짜뉴스”라며 “제대로 안 된 통계를 활용하여 보도자료를 생산·배포한 대한상의는 응당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강한 유감을 넘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보도자료 작성·배포 경위, 사실관계 전반에 대해 즉각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8일 해외 이주자 전수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3년 평균 해외이주 신고 인원은 2904명이며, 이중 자산 10억원 이상 인원은 연평균 139명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대한상의는 7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외부 통계를 충분한 검증 없이 인용하여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온 지 2시간 30분 만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허위정보는 주권자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측면에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중대범죄”라며 “이에 대한 단호하고 엄정한 조치는 공동체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