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회 인공눈 비중 85%…온난화에 '눈 만들기' 뉴노멀
"아스팔트 위 경기하듯"…부상위험·경제부담·개최지 급감 줄난제
[올림픽] 기후변화에 인공눈…앞으로 계속 동계종목 존립 흔들린다
올해 대회 인공눈 비중 85%…온난화에 '눈 만들기' 뉴노멀
"아스팔트 위 경기하듯"…부상위험·경제부담·개최지 급감 줄난제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개막한 가운데 지구 온난화가 겨울 스포츠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족한 적설량을 채우기 위해 투입되는 막대한 양의 인공눈이 선수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일부 종목의 존립마저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이번 대회 기간 약 5만㎥의 인공눈을 살포할 계획이다.
특히 코르티나담페초는 해발 1천816m의 고지대로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인데도 조직위는 이번 대회에 필요한 전체 눈의 85%를 인공눈으로 채우기로 했다.
조직위는 "선수들에게 최상의 경기 장소를 제공하고 공정하며 안전한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의 선수들과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인공눈이 오히려 경기를 더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인공눈이 위험한 이유는 눈의 구조에 있다. 자연 눈은 입자 사이에 공기를 많이 머금고 있어 충격을 흡수하는 반면, 인공눈은 밀도가 높고 딱딱하며 쉽게 얼어붙는 특성이 있다.
스포츠 생태학 전문가인 메들린 오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자연 눈 위에 넘어지는 것이 풀밭에 넘어지는 것이라면, 인공눈은 아스팔트 보도 위에 넘어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데이터상 선수들이 인공눈에서 더 자주 넘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넘어졌을 때 입는 부상의 강도는 훨씬 높다고 오어 교수는 설명했다.
실제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스코틀랜드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로라 도널드슨은 "제설기로 만든 하프파이프 벽면은 사실상 수직으로 세워진 얼음덩어리"라며 "이로 인해 선수들이 목숨을 잃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기후 변화는 선수들의 훈련 패턴도 바꾸고 있다. 북반구의 눈이 빨리 녹으면서 캐나다 프리스타일 모굴팀은 여름철에는 자국 산악마을 휘슬러 대신 남미까지 날아가 훈련하고 있다.
필리프 마르키스 캐나다 모굴팀 코치는 "일정하게 눈이 내리는 곳이 사라지면서 훈련을 위해 더 멀리, 더 자주 이동해야 한다"며 "이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선수들에게 엄청난 압박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동계 스포츠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어 교수는 "스키를 탈 수 있는 날이 줄어들면 결국 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인구 자체가 줄어들어 종목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끊기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계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장소 자체도 급감하고 있다.
캐나다 워털루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기후 정책이 유지될 경우 1924년 이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21개 지역 중 2050년에도 적절한 눈의 양과 기후 적합성을 유지할 곳은 단 10곳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인공눈 없이는 동계올림픽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왔다고 진단한다. 워털루대 다니엘 스콧 교수는 "눈 만들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곧 대회의 취소와 동계 스포츠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개최 시기를 조정하거나 눈이 확보된 소수의 지역에서 돌아가며 대회를 여는 '순환 개최 모델'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B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