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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단독 과반 압승" 다카이치 '강한 일본' 승부수 통했다

중앙일보

2026.02.08 03:27 2026.02.08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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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일본’을 내세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 승부수가 통했다. 총리직을 걸고 8일 치른 중의원(하원) 선거 출구조사에서 집권 자민당이 단독으로 300석에 달하는 역사적인 압승을 거둬, 연립 여당인 일본유신회와 함께 헌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는 ‘개헌 의석’에 가까워졌다는 일본 언론의 예측이 나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5일 총리 관저로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NHK는 이날 투표 종료와 함께 자체 출구 조사 결과 총 465명(지역구 289명+비례 176명)을 선출하는 이번 총선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단독으로 300석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자민당(274~328석)과 강경보수 성향의 연립 파트너인 일본유신회(28~38석) 추정치를 더하면 302~366석에 이를 수 있어, 중의원 전체 의석의 3분의 2인 개헌의석(310석)을 넘길 수 있다. 아사히신문도 출구조사에서 자민당 단독으로 300석을 넘겨 여당이 개헌 의석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자민당이 단독으로 300석을 넘긴 것은 ‘전후 자민당 최전성기’로 불린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 정권(1986년)이 마지막이다.

출구조사처럼 의석수가 확정되면 연립여당이 헌법 개정안 발의에 한발 가까워지고, 참의원(상원)에서 부결된 법안도 재가결할 수 있는 거대 여당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자민당이 단독으로 300석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에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출구조사 발표 직후 NHK와의 인터뷰에서 “자민당의 이번 정권 공약 중에서도 핵심으로 내세운 책임있는 적극재정 아래 전략적 투자를 통해 강한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국민과 유권자분들에게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카이치 정권의 보수화를 견제하기 위해 중도표 결집을 노려 총선 전 결성된 야당 ‘중도보수연합’은 이번 선거에서 의석이 37~91석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여당이 개헌의석 최종 정당별 의석수는 개표가 끝나는 9일 새벽 비례 의석 확정과 함께 발표된다.

일본 정치사에서도 중의원 전체 의석의 3분의 2에 달하는 개헌 의석을 확보하며 압도적인 정권 장악력을 보인 사례는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2014년과 2017년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꼽을 정도로 흔치 않다. ‘다카이치 열풍’이라 불리는 높은 인기 속에 다카이치 총리가 헌법 개정이 가능한 의석 손에 넣을 경우,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를 금해 이른바 ‘평화 조항’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제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지난 2일 다카이치 총리가 지원유세에서 “그들(자위대)의 자부심을 지키고, 확실히 실력있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도 헌법 개정을 하게 해달라”고 한만큼 헌법심사회를 통해 개헌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자위대는 사실상의 군대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제9조로 인해 자위대의 법적 위상은 애매한 상황이다. ‘아베 계승’을 내세우고 있는 다카이치 총리는 오랜 시간 자위대의 헌법 명기를 주장해왔다.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경우 사실상 군대 보유를 인정하고 교전권 역시 헌법적인 권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로 아베 정권 조차 개헌에 실패한 바 있다.

개헌이 당장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발의해야 해서다. 이번 총선서 개헌 의석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참의원에서 여당이 과반에 미치지 못한 만큼, 오는 2028년 참의원 선거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국민투표를 실시해 국민 절반의 찬성을 얻어야 가능하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개헌의석을 확보하게 되면 브레이크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핵을 갖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 재검토와 안보 3문서 개정과 같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일본의 첫 여성 총리 자리에 오른 다카이치는 취임 3개월여 만에 “국론이 양분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지난달 23일 정기 국회 첫날 국회를 해산했다. 여당 과반 의석 확보에 ‘다카이치 신임’도 걸었다. 안보 3문서 개정과 일본판 CIA로 불리는 국가정보국 창설, 자위대의 헌법 명기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총선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 셈이었다.

이번 총선 압승으로 다카이치 총리는 이달 18일경 소집될 것으로 알려진 특별국회 총리 지명선거에서 무난히 총리로 재선출돼 새 내각을 출범하게 된다.





김현예.유성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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