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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의 마켓 나우] 중앙은행을 믿기보다 시장을 읽어라

중앙일보

2026.02.08 07:06 2026.02.0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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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경제사는 통화정책이 경기의 물줄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전지전능한 카드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른바 금리 변화의 ‘비대칭성’이다. 통화정책은 과열된 경제를 식히는 브레이크 역할에는 탁월하지만, 억지로 경기를 돌려세우거나 멈춰 선 경기를 다시 밀어 올리는 가속 페달로는 늘 한계를 보여줬다. 끈을 당기기는 쉬워도 밀어 올리기는 어렵다.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70년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단행한 14차례 금리 인하 중 경기 침체를 비껴간 사례는 세 번뿐이었다. 금융완화라는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도 그 동력이 실물경제 엔진에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이유는 통화정책의 시차와 경제 자체의 거대한 순환 주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일본이 장기 초저금리 처방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린 세월’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던 사례는 시사점이 크다. 결국 해법은 손쉬운 금리 처방이 아니라 구조개혁과 산업 전환, 기술혁신을 통한 ‘창조적 파괴’에 있다.

현재 시장이 주목하는 연준의 금리 인하 행보 역시 경기 부양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경기 호황이 지속되는데도 연준이 무리하게 금리를 내려 증시 거품을 조장하는 상황이다. 당장은 시장이 달콤한 환희에 젖겠지만, 결국 시장금리의 급등으로 ‘잘못된 연준’을 꾸짖는 혹독한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 케빈 워시 차기 의장 지명자를 두고 정책 불확실성이나 실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본질은 인물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연준은 12명의 위원이 토론과 설득을 거쳐 합의에 이르는 의결 기구다. 이견이나 내부 분열이 있더라도 의장의 독단이나 대통령의 정치적 간섭이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제도적 복원력을 갖추고 있다. 5월에 출범할 ‘워시호(號)’를 좀 더 차분하게 지켜볼 일이다.

둘째, 금리 인하 논의가 무색할 정도로 미국 경제와 자산시장이 견고한 호황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이 경우 금리 동결이나 연준의 유동성 긴축으로 주가 상승 탄력은 일시적으로 둔화될 수 있다. 그러나 실물경제(메인 스트리트)와 금융시장(월 스트리트)이 균형을 잡으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모색하는 가장 건강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두 시나리오가 가리키는 지점은 같다. 투자자들이 집중해야 할 본질은 금리 인하 자체가 아니라, 시장금리의 안정 여부나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기업실적의 모멘텀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연준이 어떤 정책을 단행하든 시장이 먼저 반응하며 정책의 방향을 교정해 왔다는 사실이다. 특히 채권시장은 이미 연준의 독주를 견제하고 올바른 경로를 제시하는 가장 강력한 길잡이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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