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은 지방자치단체 간 행정통합이라는 거대한 공사로 분주하다. 지방 소멸 위기 앞에서 지역의 덩치를 키워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총론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단순히 지도상의 경계선만 지우는 물리적 결합만으로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특정 도시만 비대해지는 것을 막고 모든 지역민이 골고루 혜택을 누리는 ‘형평성’ 확보가 관건이다. 이에 행정통합을 성공으로 이끌 강력한 엔진인 ‘P.L.U.S.’ 전략을 제안한다.
지도상 경계만 지워선 성공 못해
시민 중심, 산업 클러스터 등 필요
통합 효율 높여야 지방 소멸 막아
우선, 실질적 권한 이양(Power Sha ring)을 통한 행정 효율의 극대화다. 중앙정부의 결정권을 지역으로 가져오는 ‘분권’과 이를 운영하는 ‘혁신’이 핵심이다. 행정구역을 합치면서 과감한 디지털화로 운영 비용을 확 줄인 덴마크의 사례를 배우자. 우리도 무늬만 통합할 게 아니라, 중앙의 사무와 예산을 통째로 넘겨받는 수직적 분권이 급선무다. 이것은 단순한 업무 이관이 아니다. 중앙에 예속된 ‘반쪽짜리 자치’를 넘어, 지역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 ‘자기결정권’을 갖고 행정의 책임성을 높이는 혁신이다. 아울러 영국식 ‘통합 행정 살림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인사나 재무 같은 후방 업무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처리함으로써 중복 투자를 막아야 한다. 인구가 적어 전문 인력을 두기 힘들었던 소규모 지자체도 통합된 시스템을 통해 행정 서비스의 빈틈을 완벽히 메울 수 있다.
다음으로는 지역 정체성(Local Identity)으로 내부적 균형을 높이는 공간 재구조화다. 이는 통합의 성패를 가를 형평성의 핵심이다. 일본 도야마시는 차세대 노면전차를 도입해 시민을 역세권으로 모으고 고령층의 이동을 도왔다. 흩어진 시설을 거점에 모아 비용은 낮추고 효과는 높인 ‘압축 도시(Compact City)’의 승리다. 우리도 무분별하게 외곽을 개발하는 대신 거점 중심으로 뭉쳐야 인프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촘촘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통합으로 아낀 예산은 낙후 지역에 우선 투입하는 ‘형평성 기반 재정 배당’을 통해 지역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 대도시와 농어촌이 서로 돕고 사는 상생 모델이 절실하다.
또한, 절차적 민주성에 기반한 시민 중심(User-Centric) 합의가 시급하다. 통합은 정치인의 약속을 넘어 내 삶을 바꾸는 과정이어야 한다. 일방적 추진으로 갈등만 키운 해외 사례는 절차적 정당성 없는 통합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특별법에 ‘시민참여단’을 명시해 과정이 공정한지 감시하고, 주민의 목소리가 정책이 되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통합의 실무를 짊어질 공직자들의 우려도 경청해야 한다. 내부 구성원의 동의 없는 통합은 모래성이다. 유럽처럼 계획 단계부터 평가까지 시민이 숙의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사회적 신뢰라는 단단한 지반을 다질 수 있다.
경제적 자본을 위한 상생형 미래 산업(Symbiotic Economy) 구축도 필요하다. 에스토니아는 국가 데이터를 통합해 효율적인 ‘원스톱’ 행정을 실현하고, 이를 수출 상품으로 만들었다. 우리도 광주의 AI, 전남의 에너지, 부산·울산·경남의 물류처럼 각 지역의 장점을 연결하는 ‘거대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를 공유하고 산업을 융합해 개별 도시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광역 경제권을 만들 때 청년이 떠나지 않고 머무는 기회의 땅이 된다.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통합의 과실이 지역 전체로 퍼질 수 있다.
행정통합은 정치적 도구가 아니라 지역이 살기 위한 미래 지도다. 이제 지방정부는 시민에게 ‘왜’ 하느냐를 넘어 ‘어떻게’ 운영할지 과학적인 답을 내놓아야 한다. 정교한 설계도인 ‘P.L.U.S.’ 전략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행정통합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최근 김민석 총리가 발표한 20조원 규모의 파격 지원은 큰 기회다. 하지만 이철우 경북지사가 “제도와 재정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듯, 돈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다. 막대한 예산도 정교한 설계도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성공적인 행정통합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P.L.U.S. 전략이 바로 그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