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요동이 어지러울 정도다. 지난달 22일 코스피 5000을 달성한 이래 매도·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 5분간 정지)가 세 번이나 발동됐다. 지난 2~5일 코스피 일간 등락률은 -5.26%에서 +6.84%에 이르렀다. 한 주 만에 검은 월요일과 검은 목요일이 있었다는 건, 급락과 급등을 그만큼 이례적으로 반복했다는 뜻이다.
한국 증시 43년 역사에서 코스피 5000선 돌파는 기념할만한 일이다. 상승 속도도 전례 없다. 지난해 10월 28일 4000선 돌파 이후 약 3개월 만에 1000포인트가 더 올랐다. 하지만 축포를 쏜 뒤엔 연기에 가려진 그늘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여러 신흥국보다 변동성이 큰 최근 한국 증시는 더욱 그렇다.
먼저 우려되는 건 빚으로 쌓아 올린 모래성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역대 최대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한국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 최초로 20조원을 넘어섰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돼 대출을 막았다가 재개하기를 반복해왔고, 대형 증권사들도 한도가 바닥나 신규 대출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10조1245억원으로 1년10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당국 가계부채 규제로 부동산에 쏠려 있던 자산 형성 수단이 주식 시장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증시 활황을 타고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 융자가 급증했다면, 작은 조정에도 반대매매가 쏟아지며 하락 폭을 키우는 ‘투매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특정 대형주의 지수 상승이 코스피를 견인한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투 톱의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의 40%에 육박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세계 시장에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나올 때마다 코스피가 크게 흔들린 이유다. K자 성장 형국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글로벌 파고에 취약한 모래성이 될 수밖에 없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인 반면 실물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1%에 이어 올해 전망치 2%대라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주식으로 얻은 소득은 영구 소득이 아닌, 언제든 잃을 수 있는 일시적 소득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수 상승이 바로 내수 활성화로 연결되지 않는다. 기업의 이익이 소비와 설비 투자,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위한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화려한 숫자가 착시가 되지 않도록 한국 금융 시장과 경제의 기초 체력을 점검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