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표가 특검 후보 추천에 대해 공식 사과하는 보기 드문 일이 어제 벌어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수현 수석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당의 인사 검증 실패로 이재명 대통령께 누를 끼쳐드린 데 대해 죄송하다”고 했다. 정 대표의 이례적인 사과는 민주당이 추천한 2차 종합특검 후보가 이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데 따른 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2명의 특검 후보 중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판사 출신 권창영 변호사를 임명했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준철 변호사가 임명되지 않은 배경이 대북 송금 사건에서 이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은 쌍방울 측의 변호를 맡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심한 모습은 국민 앞에 불편한 진실을 들킨 것이다. 말로는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을 최고 덕목으로 외치더니 정작 후보 추천부터 온갖 정치적 선호를 따져 온 은밀한 관행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 대표의 사과는 이 대통령의 마음에 들지 않는 ‘칼’을 선택했다는 자백이 아닌가. 검증 실패는 정치적 유불리 계산을 잘못했다는 반성인 셈이다.
친명계 이건태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라며 전 변호사를 추천한 이성윤 최고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에 반발하는 친명계는 특검 추천에서도 정 대표가 독선적 당 운영을 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의 심기를 경호하며 친청(친 정청래 대표)계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철저한 검증을 하지 못한 이유가 윤석열 검찰에서 핍박받은 검사 출신이었기 때문이라는 민주당의 해명도 어이없다. 전직 대통령에게 핍박받은 게 추천 이유고, 현직 대통령 맘에 안 든 게 낙마 사유란 말인가. 이런 식으로 특검을 추천해 놓고 국민 앞에 공정성을 장담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 구형까지 내려진 상태에서 진행되는 2차 특검은 재탕 수사, 예산 낭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꼼수 등의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런 와중에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은 특검 후보를 골랐다는 이유로 여당 대표가 사과하는 촌극까지 벌어졌으니 권창영 특검팀의 부담은 더 커졌다. 이쯤 되면 사과받아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