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사설] 다카이치 총리 총선 압승, 한·일 셔틀외교 진정성 보여주길

중앙일보

2026.02.08 07:29 2026.02.08 17:0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8일(현지시간) 총선에서 당선된 자민당 후보 이름 위에 장미를 달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일본 총선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연합이 압승을 거뒀다. 자민당은 8일 출구조사 결과 단독 과반을 넘어 개헌선에 육박하는 의석을 확보하며 강력한 국정 동력을 얻게 됐다. 그간 연립여당의 조력으로 간신히 과반을 유지해 온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 선거 압승을 계기로 국정 장악력을 극대화하면서 일본의 우경화 행보와 평화헌법 개정 논의가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간 총선에서 ‘일본을 강하게 풍요롭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러면서 헌법 9조 개정을 통한 자위대의 정식 군대화와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의 복귀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만약 일본이 평화헌법의 굴레를 벗고 공격적 군사 역량을 갖추게 된다면 이는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일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 일본의 재무장은 역내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동북아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특히 다카이치 정부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 정부의 강경 노선이 영토 분쟁이나 역사 문제와 결합할 경우 중·일 관계가 극단적인 ‘강 대 강’ 대치로 치닫게 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주목할 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급변한 국제 환경이다. 미국은 최근 국가방위전략 등을 통해 “역내 문제는 당사국이 책임져야 한다”며 일본에 더 많은 안보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빌미로 일본이 독자적인 군사력 강화에 나설 경우,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의 균열은 물론 동북아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한·일 관계는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 간 셔틀 외교가 재개되는 등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양국이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안보 협력을 다져야 할 시기에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와 개헌 드라이브가 이 온기를 식혀서는 안 된다. 당장 22일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가 일본의 의중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행사에 각료급을 파견하거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같은 도발적 행위를 자제해야 마땅하다. 동북아의 격랑이 높아진 현실에서 한·일, 한·미·일 협력 체제 강화에 더욱 진정성 있게 나서는 다카이치 정부의 모습을 기대한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