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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세 언더독의 준비된 올림픽

중앙일보

2026.02.08 07:37 2026.02.0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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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김상겸이 시상대에서 큰절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봉평에서 자란 스노보더 김상겸(37)이 네 번째 도전 끝에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에 귀중한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 동·하계 올림픽 통산 400번째 메달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것도 설상(雪上) 종목의 본산인 알프스에서 거둔 결실이라 더욱 뜻깊다.

김상겸은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알파인 평행대회전에서 값진 은메달을 수확했다. 마지막 결승전에서 베냐민 카를(오스트리아)에게 0.19초 차로 아쉽게 뒤졌으나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펼쳤다.

올림픽을 앞두고 김상겸을 주목한 이는 거의 없었다. 그동안 알파인 스노보드 대표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간판 이상호였다. 이번 대회 직전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며 우승후보로 떠올랐고, 2018 평창 대회 은메달 경험까지 갖춰 우승권에 가장 근접한 카드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메달을 깨무는 김상겸. [연합뉴스]
김상겸의 4강행 과정에는 약간의 행운도 따랐다. 예선을 8위로 통과한 뒤 맞이한 16강과 8강에서 상대인 잔 코시르(슬로베니아)와 롤란드 피슈날러(이탈리아)가 잇따라 레이스 도중 기문을 놓치며 실격했고, 김상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가 열린 리비뇨 스노파크 슬로프는 여타 국제대회 경기장과 비교해 전체적인 경사도가 상대적으로 완만했다. 이러한 특성은 여러 차례 이변을 만들어내는 변수가 됐다. 초중반 급경사 구간에서 상대를 확실히 제압하지 못하면 중후반 완경사 구간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보니, 급한 마음에 무리하게 승부를 걸다 무너지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16강에서 고배를 마신 이상호도, 8강에서 김상겸에 덜미를 잡힌 피슈날러도 같은 이유로 중도 탈락의 비운을 맛봤다.

강력한 우승 후보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언더독’ 김상겸은 오히려 마음을 비웠다. 까다로운 코스 특성과 설질 등 외부 변수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레이스에만 집중했다. 턴의 각도를 최대한 좁혀 기문에 바짝 붙어 질주하는 실리적인 운영으로 주행거리를 단축하며 이변을 써 내려갔다. 이어 준결승에서는 테르벨 잠피로프(불가리아)를 실력으로 제압하며 앞선 승리들이 결코 운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김상겸은 이전 인터뷰에서 “실업팀이 없어 생계유지가 어려워 시즌이 끝나는 3월과 선발전을 치르는 5월 사이의 4월 휴식기 중 약 20일은 막노동을 했다. 훈련 기간에도 주말 중 하루는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전했다.





고봉준.송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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