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일본’을 내세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사진) 일본 총리의 승부수가 통했다. 총리직을 걸고 치른 8일 중의원(하원) 선거 출구조사에서 자민당이 단독으로 300석이 넘는 역사적인 압승을 거두며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와 헌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는 ‘개헌 의석’을 확보했다는 일본 언론의 예측이 나왔다.
NHK는 이날 자체 출구조사 결과 총 465명(지역구 289명+비례 176명)을 선출하는 이번 총선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선거 전 198석을 훌쩍 넘는 300석 이상을 얻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자민당과 강경보수 성향의 연립 파트너 일본유신회의 합계가 310~366석으로, 전체 의석의 3분의 2인 개헌의석(310석)을 넘기는 것이 확실해졌다. 요미우리·아사히 신문 등도 출구조사를 통해 여당이 개헌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자민당이 단독으로 300석 이상을 얻은 건 ‘전후(戰後) 자민당 최전성기’로 불린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 정권(1986년·300석)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소선거구제로 바뀐 1996년 이후로는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총리 때의 296석이 가장 많았으며, 300석을 넘긴 적은 없었다.
최종 결과가 이대로 나오면 연립여당은 헌법 개정안 발의에 한발 가까워질 뿐만 아니라 참의원(상원)에서 부결된 법안도 재가결할 수 있는 거대 여당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반면에 다카이치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중도 결집을 노리며 총선 직전 결성된 ‘중도개혁연합’은 선거 전 167석에서 37~91석으로 의석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후지TV 인터뷰에서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와 관련해 “과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참배했을 때 미국과 사전 조율을 거쳤는데도, 참배 후 항의가 들어왔었다”며 “먼저 동맹국과 주변국에 제대로 이해를 구하겠다.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다카이치 열풍’이라 불리는 높은 인기 속에 다카이치 총리가 헌법 개정이 가능한 의석을 손에 넣게 되면서 그간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를 금지해 이른바 ‘평화 조항’으로 불렸던 일본 헌법 제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자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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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야스쿠니 참배에 “주변국에 이해 구하는 게 먼저”
지난 2일 다카이치 총리가 지원 유세에서 “그들(자위대)의 자부심을 지키고, 확실히 실력 있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도 헌법 개정을 하게 해 달라”고 했던 만큼 헌법심사회를 통해 개헌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아베 계승’을 내세우고 있는 다카이치 총리는 오랜 시간 자위대의 헌법 명기를 주장해 왔다.
자위대는 사실상의 군대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제9조로 인해 법적 위상은 애매한 상황이다.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할 경우 사실상 군대 보유를 인정하고, 교전권도 헌법상 권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로 아베 정권도 개헌을 추진하는 데 실패했다.
다만 개헌이 당장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발의해야 해서다. 이번 총선에서 개헌 의석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참의원에서 여당이 과반에 미치지 못한 만큼, 2028년 참의원 선거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후에도 국민투표를 실시해 국민 절반의 찬성을 얻어야 가능하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개헌 의석을 확보하게 되면 브레이크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핵을 갖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 재검토와 안보 3문서 개정과 같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일본의 첫 여성 총리 자리에 오른 다카이치는 취임 3개월여 만에 “국론이 양분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지난달 23일 정기국회 첫날 국회를 해산했다.